홍정사 애프터

18000자나 썼는데 이것들이 하라는 연애는 안 하고 따로 놀아서 추가된 분량이라고도 합니다.

노부메를 긴토키 대학 시절에 써버리긴 했는데, 같은 반이거나 아니면 다른 반인 도서위원이었어도 엄청 재밌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고 속이 불편하겠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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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 어나더.

'시-쨩'은 주변 친구들이 '토시'라고 부르는 걸 듣고 미츠바 쨩이 멋대로 부르는 호칭입니다.

그리고 미츠바 쨩은 '시-쨩'이 사실은 '시-군'이었다는 걸 모르고 초등학교를 졸업합니다()

가볍게 18000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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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서코 발매. 긴토키 현직 양이지사 설정 오키긴.

A5, 209p(원고지 환산 1361매).

9000원.

초판(2013/2) 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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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에 떠있는 먼지가 햇빛을 받아 눈에 보이는 것을 멍하니 관찰하던 소고는 요 위에 늘어져 있던 팔을 움직였다. 금방 긴토키의 손에 닿았다. 잡는다. 긴토키도 소고의 손을 잡았다. 웃음이 났다.

   “소고.”

   “응?”

   “밥부터 드실래요, 목욕부터 하실래요, 아니면 나?”

   “붑.”

   뿜었다. 실제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건 갑자기 왜 해?”

   “아니, 단둘이 집에 들어와서 청소하고 같은 요에 누워있다 보니 무심코…… 원래 여기 아들 내외가 쓰던 데라며? 그럼 그거잖아. 부부의 보금자리.”

   이번엔 소리 내서 웃었다. 긴토키가 작은 소리로 따라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음이 멈춘 후에 소고는 긴토키의 손을 잡고 있는 손으로 그의 손가락을 쓸었다. “응?”하고 그가 고개를 소고 쪽으로 돌렸다.

   “그럼 목욕하고, 밥 먹고, 당신.”

   “뭐야, 원래 이런 건 바로 ‘너’부터 나오는 거 아냐?”

   “아무리 싱싱해도 씻어서 먹어야지. 배탈 나잖아.”

   “푸하-.”

   이번엔 긴토키가 낄낄거렸다. 몸을 완전히 소고 쪽으로 틀고 힉힉 소리까지 내며 웃기에 옆구리를 몇 번 간질여 주었더니 도마 위의 생선 같은 반응을 했다. 나중에 또 해야지. 다짐이랄 것도 없는 다짐을 하고 소고는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만 웃고, 욕실 가자.”

   “무리, 잠깐, 하, 좀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도 한참을 웃어대는 긴토키에게 인내심이 바닥난 소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등과 오금에 팔을 넣어 안아 올렸다. 어째서인지 “야이, 히, 바보, 공주님, 후히, 안기, 히히히히, 하, 아하하!”라며 더 웃어젖혔지만 알 바 아니다.

   겨우 웃음을 그친 긴토키를 탈의실에 내려놓고 먼저 욕실에 들어간 소고는 먼지가 쌓인 목욕통을 물로 씻어내고 목욕물을 받기 시작했다. 자동차 하나 없는 시골 주제에 수도와 가스는 다 갖춰져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니, 차는 개인의 재력으로 구입해야 하는 거고 수도나 가스는 막부에서 하는 거니까 별 상관없나……? 잘 모르지만.

   탈의실로 돌아가자 긴토키가 소고가 내려놓은 자세 그대로 앉아 있었다.

   “뜨거운 물 나와?”

   “응.”

   “신기하네.”

   생각하는 수준이 비슷하다. 조금 웃고서, 소고는 상반신을 숙여 긴토키의 옷에 손을 댔다.

   “꺄- 소고 군 엣찌-.”

   “그런 국어책 읽기로 말해봤자……. 할 거면 아예 제대로 해. 그러면 흥분해 줄 테니까.”

   “끼야아아아아! 여기 오픈된 마인드의 변태가아아아아!”

   박진감 넘치는 외침이었다. 화답해 주기로 한다.

   “여기서 소리 질러 봤자 아무도 안 오니까 지르고 싶으면 맘껏 질러.”

   “끼야아아아아아! 여기 대사가 완전 악당인 오픈된 마인드의 변태가아아아아아!”

   타이틀이 하나 늘었다. ‘대사가 완전 악당인’과 ‘오픈된 마인드’는 어딘지 모르게 상충하는 것 같은 기분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소고는 일단 별 의미 없이 도망 다니는 긴토키를 역시 별 의미 없이 추격하기로 했다.

   좁디 좁은 탈의실에서 펼쳐진 추격전이 1분 30초만에 소고의 승리로 끝나고, 승리자는 “부드럽게 해 줘…….” 같은 헛소리를 지껄이는 긴토키에게 대충 대답하며 다시금 옷에 손을 댔다. 천천히, 자신의 손이 어디 있는지 긴토키에게 확인시키면서 그의 옷을 벗기면 새벽에 봤던 참상이 다시 한 번 펼쳐졌다.

   당장 목 주위를 가리지 않으면 바로 보이는 붉은 손자국부터 시작해서 그 아래에 보이는 수많은 멍과 칼자국. 그 전부가 오늘 새벽에 새겨진 것이기에 더욱 선명했다. 피부가 하예서 그런지 특히 눈에 띄는 그 상흔들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움직였으면, 그랬으면 최소한 이것보다는 상처를 줄일 수 있었는데.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긴토키를 이렇게 만들었다. 조금만 더 빨리 갔으면, 그랬으면 이렇게까지는…….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진다. 긴토키가 갑자기 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린 탓이었다. 뭐라 묻기 전에, 긴토키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따로 들어갈까?”

   “보기 싫지?”라는 말을 돌려서 한 거라는 건 소고도 알 수 있었다. 차라리 그렇게 스트레이트로 물었으면 소고는 긍정했을 것이다. 보고 싶을 리가 없지 않은가. 생길 필요도 이유도 없었는데 자신 때문에 생긴 상처 같은 걸. 아픈 척은 잘도 하면서 아픈 티는 죽어도 안 내는 사람이 이를 악물도록 만든 원인을. 하지만.

   “아니.”

   눈을 가린 손을 붙잡고 치운다. 분명 “안 봐도 돼.”라고, 그렇게 말할 것이다.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아도 된다. 무서운 것에서는 도망쳐도 된다. 자신에게 울지 말라고 한 긴토키라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소고는 그에게 고백을 해 버렸고, 그와 입을 맞춰 버렸고, 그에게서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 거잖아.”

   말하고 손을 은색 머리카락에 가져갔다. 밤새 식은땀을 흘렸던 머리는 마른 지금도 빈말로도 좋은 감촉이라 말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일부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손가락 사이로 하얀 머리카락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느낀 후, 소고는 그가 기분 좋은 듯 눈을 감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자기보다 큰 몸을 안아들었다. 대체 이 자세의 어디가 그렇게 웃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일어서자마자 낄낄대는 것을 한 대 쯤 때릴까 하다가 양 손이 긴토키의 몸으로 막혀있기에 단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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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토키를 내려다보는 눈은 어느 샌가 다시 꽤 살벌한 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본당 얘기를 할 때보다 지금이 더 무섭다. 국장만큼 대놓고 챙기고 예뻐하는 건 아닌 모양이지만 이 녀석도 꽤나…….

   “너, 소고와 무슨 관계냐.”

   담담히 사실만을 늘어놓는다는 태도로 이어지던 말투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다만 눈이 “대답 여하에 따라서는 그냥 안 둔다.”라고 웅변하고 있을 뿐. 아니, ‘그냥 안 둔다’도 실은 매우 유한 표현이다. 저 진의를 그대로 말로 하면 그것만으로도 스플래터 영화 한 편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아- 무서라.

   하지만 다행이다. 생각하며 긴토키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입 꼬리를 위로 올리며 씩 웃어 보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나 악랄한 표정이 됐을 거라는 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히지카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더 굳었으니까.

   그 아이 생각에 이만큼 분노할 수 있다면, 아마 괜찮다. 긴토키가 성공한다면, 아마 둘 다 감싸줄 거다. 화는 좀 낼지도 모르겠고 꽤 불같은 성정을 볼 때 그 아이 얼굴에 주먹 서너 대 정도는 날릴지도 모르겠지만 괜찮을 거다. 그렇게 확신하고, 긴토키는 입을 열었다.

   “오키타 군, 잘 보면 꽤 예쁘장하게 생겼더라? 눈도 크고, 하얗고.”

   남자의 얼굴이 얼어붙는다. 긴토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 애가 말이야, 누나? 동생인가? 하여튼 죽었다고 징징거리는데 그걸 이용 안 할 수는 없잖아?”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본다.

   “아니, 나도 그렇게 잘 될 거라곤 생각 안 했는데-. 보통 좀 더 경계하지 않나? 걔 내가 뒤를 밟아도 하나도 눈치 못 채고. 어려서 그런지 좀 잘 해주니까 금방 쫄래쫄래 따라오고.”

   담배가 손 안에서 꺾이는 것을 본다.

   “신문에는 사드 왕자라고 나질 않나 싸우면 꽤 살벌하질 않나 해서 어떨까 했는데, 생각보다 귀엽더라 ‘너희 소고’.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잡히기 전에 먹는 건데.”

   쾅 소리를 내며 남자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은 이어진다.

   “뭐야, 화났어? 그렇게 사람 죽일 것처럼 볼 것도 없잖아? 그렇게 걱정되면 목줄이라도 채워서 가둬놓지 그랬어. 그렇게 예쁜 애를 혼자 나다니게 방치하니까,”

   한 발짝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며 긴토키는 말을 맺었다.

   “나 같은 나쁜 어른한테 걸리는 거야.”

   직후 복부를 강타한 충격은, 순간적으로 위의 내용물이 역류할 뻔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아니, 내장 어딘가는 확실하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지 않았을까. 아픔에 얼굴을 찌푸리고 헉헉거리면서도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간신히 한쪽만 겨우 뜬 눈에 보인 히지카타는 ‘귀신 부장’이라는 말이 부족할 만큼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긴토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하, 좀 과보호 기가 있으시네. 아직 진짜인지 확인도 안 했으면서. 제3지소는 전멸이라고 하던데, 그것 때문에 머리에 피가 올랐나? 그 덕분에 성공한 거라면, 불만은 없지만.

   “토시.”

   아픔에 몸부림치는 동안 누가 또 창고에 들어왔는지 목소리가 하나 늘었다. 몇 번인가 큰 소리 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국장 콘도다.

   “여유 없는 건 알지만 너무 몰아치지 마라. 얼굴은 안 돼. 죽이는 것도.”

   “……알아.”

   요는, 얼굴 외에는 죽기 직전까지 이것저것 하시겠다는 소리다. 오오, 무서워라 신센구미. 콘도는 인격자 타입의 리더라고 들었는데 적에게는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하, 정말 목숨만 부지해서 나가겠네. 상관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긴토키는 목을 긁는 듯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얼굴을 안 건드리겠다는 건 최소한 눈과 귀는 무사할 거란 소리다. 목숨도 붙어 있단다. 그럼 어쩌면, 만에 하나라도 여기서 나갔을 때 그 아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충분하다.

   자, 그 유명한 귀신 부장님의 심문 체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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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를 줄 정도라면 당연히 문이 잠겨 있을 거라 예상하고 어느 새 체온이 옮아 따뜻해진 열쇠를 열쇠구멍에 꽂았다. 막힘없이 들어가는 작은 철 조각. 천천히 돌리면 귀에 거슬리는 스프링 소리를 한 번 내고서 제 위치에서 멈췄다. 열쇠를 빼고 그 손을 그대로 문고리로 가져간다. 묘한 긴장. 돌리고, 민다.

   “여어.”

   튜브형 아이스크림(통칭 츄페트)을 물고 벽에 기대 앉아 점프를 보고 있는 현 최강의 양이지사가 있었다.

   “…….”

   뭐지, 이 긴장해서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은.

   “너 발소리 안 내고 걷지 마, 무섭잖아. 호카게가 되고 싶은 그런 썸씽이냐?”

   발소리 안 내고 걷는 걸 기척으로 알아채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

   “아, 오키타 군도 츄페트 먹을래? 에- 포도맛이랑…… 아니, 포도맛밖에 없다. 그냥 포도맛 먹어. 아? 뭐야, 그 표정. 포도맛 별로야?”

   “……아니, 당신을 보고 있자니 꽤 여러 가지가 아무래도 좋아졌달까…….”

   구체적으로는 신센구미라든가 양이지사라든가 어제의 참극이라든가 기타 등등. 이 사람에 관해서는 생각하고 고민하는 만큼 다 손해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 여기 오는 것만 해도, 물론 망설임은 없었지만 꽤 복잡한 심경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츄페트나 빨고 있고…… 하아…….

   소고는 깊고 깊은 한숨을 쉬며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바로 앞에 있던 신발장 겸 청소도구함 위에 열쇠를 올려놓고 신발을 벗은 후, 조금 고민하다 주먹 하나 정도 비우고 긴토키의 옆에 앉았다. 앉자마자 “응.”이라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츄페트를 건네 온다. 아니, 별로 츄페트가 먹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생각하면서도 일단 받아 절취 부분을 이로 잘라 버리고 빨아올렸다. 바로 입과 코에 퍼지는 싸구려 포도향. 오랜만에 먹는 거라 그리운 맛이라면 그리운 맛이지만 굳이 이런 상황에서 먹고 싶지는 않았다.

   “당신,”

   “너 안 잤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지만 끝까지 말한 것은 긴토키뿐이었다. 하지만 말하는 그의 눈은 점프를 향해 있었다. 페이지는 어째서인지 편집부 코멘트. 보통 읽나, 저거. 소고는 방금 끊어버린 츄페트의 절취 부분을 방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골인.

   “자기는 잤어.”

   “3시간?”

   이 사람 요괸가. 그 뭐냐, 사람 마음 읽는 요괴. 이름이 아마…… 사토리. 요괴든 아니든 거짓말 해봤자 안 통할 것 같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었지만. 결국 소고는 솔직하게 신고하기로 했다.

   “……4시간.”

   “생각보다 오래 잤네.”

   하며 웃는다. 놀리는 듯한 반응에 조금 기분이 나빠져 소고는 말없이 츄페트를 다시 입에 물었다.

   여전히 점프에서 고개를 들지 않는 남자는 화장은 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풀고 있다. 옷도 오늘은 은색 매화가 피어있는 새카만 나가기 단벌의 키나가시. 어제나 그제에 비하면 얌전한 편이라고 할까…….

   “뭐 하느라 잠도 못 주무셨나?”

   알면서 굳이 묻는 점에서 성격이 나온다. 내가 할 말 아니지만. 한숨을 쉬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소고는 츄페트에서 입술을 뗐다.


(중략)


   눈을 뜨고, 처음엔 눈을 떴는지도 몰랐다.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두웠기 때문이다. 조금 기다리자 천천히, 어둠 속의 하얀 윤곽이 뚜렷해졌다. 긴토키다. 그것을 확인하고 소고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눈을 깜빡였다. 점차 또렷하게 변하는 시야. 함께 눈에 들어온 생소한 천정에 이곳이 어디인지, 왜 여기 있는지 생각났다.

   “깼어?”

   숨소리만으로 위에 있는 남자가 묻는다. 두 사람뿐인 방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들리는 것은 숨소리, 심장소리, 긴토키가 소고의 머리카락을 쓰는 소리. 닿아있는 부분의 열이 옷너머로도 소고의 몸에 완전히 동화돼서 따뜻하다. 숨을 쉬면, 달콤한 향기.

   아아, 긴토키다.

   소고는 손을 뻗어 긴토키의 목 뒤를 잡았다. 어제 이 사람이 직접, 자신의 손을 끌어 닿게 한 곳이다. 조금만 힘을 주면 별 저항 없이 얼굴이 아래로 내려왔다. 닿을 듯이 가까이했던 목, 턱, 입술. 어제는 땀이 배어 있었다. 오늘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향기만은 어제만큼, 아니 어제보다 더 짙게 다가왔다.

   얼굴이 더 가까이. 어둠 속에서 더 하얗게 보이는 피부. 입술. 자신을 울리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네가 울었으니 충분하다고 한 입술. 분명히 달콤한 향기가 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더 가까이. 무의식중에 소고 역시 입을 조금 벌리고, 머리를 들어올려서,

   닿기 직전에, 긴토키의 손바닥에 막혔다.

   “오키타 군, 잠 덜 깼다.”

   아니다. 잠이 덜 깨서라니, 그런 게 아니라.

   절로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긴토키에게도 분명히 보였을 터. 짧게 숨을 뱉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한 번 그가 이름을 불렀다.

   “해도 돼? 정말?”

   무슨…….

  “이대로 해 버려도 되는, 그런 마음이야?”

   정말로? 다시 한 번 물어온다.

   긴토키의 손을 치워야 할 손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떨려야 할 성대도, 움직여야 할 입술도 제자리에만. 그대로 조금 시간이 지난다. 다시 한 번 긴토키의 숨소리가 들렸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절대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해도 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안 될 것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마음이 맞느냐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아직은.

   “아니라고 말 못 하지?”

   그럼, 아직 안 돼.

   그렇게 말한 후, 긴토키의 얼굴이 다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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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런 표정으로 서있냐, 너.”

   짧게, 사람의 몸이 움직여서 생겨나는 바람. 온기. 이마에, 손끝.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타난 사람은 소고의 머리를 안 듯이 감싸, 이마에 댄 손으로 소년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10cm도 안 될 차이를 두고 그 위에, 붉은 색.

   “애가 지나가다 보면 운다.”

   붉은 눈. 눈가에 퍼지는 선명한 적색. 하얀 피부에 하얀 머리카락. 낮게, 크지 않은 소리로 귓가를 흘러가는 목소리.

   그 사람이다.

   “아니, 반댄가? 대장님이 우나?”

   하며 짓궂게 웃기에, 소고는 거의 반사적으로 얌전히 위를 향하고 있던 머리를 그대로 돌진시켜 그 턱에 박아버렸다. “으겍!”이라는 듣기 좋지 않은 소리가 귓전에 울렸지만 알 바 아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밸런스를 못 잡은 건 한 쪽이나 당한 쪽이나 마찬가지여서 둘 다 별로 좋지 않은 꼴로 뒤로 넘어지는 형국이 되었다. 턱을 부딪친 남자와는 다르게 소고 쪽은 그렇게 데미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야, 너, 정말, 성격……!”

   “얼굴 보자마자 맞을 소리 한 게 누군데?”

   “그렇다고 거기서 박치기 하는 놈이 어딨냐?!”

   “당신 앞에.”

   “통역이랑 변호사 불러 와, 인마!”

   꽥꽥거리는(본인이 들으면 한층 더 시끄러워질 표현이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으니 문제없다.) 남자를 무시하고 소고는 먼저 자세를 정리하며 일어섰다. 바닥에 닿은 부분을 대충 툭툭 털고 다시 남자 쪽을 보면 아직 넘어진 자세 그대로 한 손으로 턱을 가리고 있었다. 음, 물론 박치기를 좀 전력으로 하긴 했지. 일부 과실을 인정하는 바, “괜히 왔어…….”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는 건 그냥 무시해 주기로 했다.

   조금 기다리자 턱의 아픔이 좀 가셨는지 환부를 가리고 있던 손을 뗀 남자가 아직 찌푸린 표정으로 소고를 올려다봤다.

   “애초에 너 말이지, 약속 장소로 묘지를 고르는 건 어떻게 돼먹은 센스와 개념인데? 나는 이런 애가 앞날이 창창한 낭랑 18세에 하늘같으신 공무원님이라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요, 머리가.”

   “턱이 아프겠지.”

   “들어, 인마.”

   “앞날 별로 안 창창해 보이는 당신도 여기 골랐잖아.”

   “뒤는 사실이니까 넘어가겠는데 앞은 떼지?! 창창하지 않은 거 아니거든?!”

   “별로 국어 잘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당신이 먼저 이중 부정을 떼지? 창창하지 않은 게 아닌 건 뭐야? 줄여.”

   “다아아아아! 정말! 너! 너! 진짜!”

   분을 못 이겼는지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삿대질 하는 남자. 소고는 뭐라 큰 소리로 매도를 쏟아 붓는 남자를 꽤 냉정한 사고로 바라보았다.

   왔다. 여기에, 제대로. 옷부터 화장까지 어제와 같은 차림의 남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어제의 그였다. 얼굴도, 목소리도, 말투도, 표정도, 전부 그 사람. 겨우 어제 저녁에 헤어졌는데, 이렇게나 기쁘다.

   정말, 어떻게 됐나 보다. 오키타 소고.

   “뭐야, 왜 웃어?”

   웃는 게 거슬렸는지 아니면 매도의 연장인지 곧장 시비조로 말을 거는 그에게 소고는 굳이 무표정으로 되돌릴 노력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니, 내가 이겼잖아. 내기.”

   이번엔 말이 없다. 대신 뚱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곧 깊은 한숨과 함께 뒷목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고.

   “솔직히, 질 줄 몰랐는데……. 나참.”

   “이긴댔잖아, 내가.”

   “그러니까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그 자신감…….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근자감이냐? 응?”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에 소고는 짧게 소리 내 웃었다. 그야,

   “당신이 진심으로 날 안 보고 싶어 해도 나 원래 이런 운은 좋으니까 이길 자신 있는데,

   당신이 날 보고 싶어 하는 것까지 합치면 당연히 내가 이기지.”

   소고의 말에 잠시 눈만 깜빡이며 소년을 보던 남자는 곧 뭐라 말하기 힘든 표정을 한 손으로 감추더니 “정말 뭐니, 얘…….”라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냐고 묻는다면 당신을 보고 싶었던 오키타 소고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지만 그걸 묻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입을 다물었다.

   대신 손을 뻗어,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손의 소매를 잡아끌면 그것은 순순히 소고 쪽을 향해왔다. 하얀 손이다. 하지만 크고 거친 남자 손이다. 그것이 의외로 눈에 익은 콘도의 손과 비슷해서 소고는 눈을 가늘게 했다. 소매 대신 손을 잡는다. 체온은 자신보다 낮았다.

   “내가 이겼으니까, 도망갈 생각 말고 바른대로 불어.”

   “에, 뭐니 이거. 취조? 수갑 같은 거 꺼내는 거야?”

   말은 저렇게 하면서 손은 얌전히 소고의 손 안에 잡혀 있으니 이 사람도 이 사람대로 질이 나쁘다고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뭐, 어떤 사람인지는 지금부터 하나씩 물어보면 된다.

   일단 먼저, 이름을.

   입을 열고 숨을 들이쉬고, 성대가 떨리려는 순간 그것보다 먼저 공기를 흔드는 소리가 있었다. 날카롭게 귀를 때리는 그것은 소고에게는, 아니 신센구미에게는 꽤 익숙한 소리였다.

   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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