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토키를 내려다보는 눈은 어느 샌가 다시 꽤 살벌한 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본당 얘기를 할 때보다 지금이 더 무섭다. 국장만큼 대놓고 챙기고 예뻐하는 건 아닌 모양이지만 이 녀석도 꽤나…….

   “너, 소고와 무슨 관계냐.”

   담담히 사실만을 늘어놓는다는 태도로 이어지던 말투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다만 눈이 “대답 여하에 따라서는 그냥 안 둔다.”라고 웅변하고 있을 뿐. 아니, ‘그냥 안 둔다’도 실은 매우 유한 표현이다. 저 진의를 그대로 말로 하면 그것만으로도 스플래터 영화 한 편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아- 무서라.

   하지만 다행이다. 생각하며 긴토키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입 꼬리를 위로 올리며 씩 웃어 보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나 악랄한 표정이 됐을 거라는 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히지카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더 굳었으니까.

   그 아이 생각에 이만큼 분노할 수 있다면, 아마 괜찮다. 긴토키가 성공한다면, 아마 둘 다 감싸줄 거다. 화는 좀 낼지도 모르겠고 꽤 불같은 성정을 볼 때 그 아이 얼굴에 주먹 서너 대 정도는 날릴지도 모르겠지만 괜찮을 거다. 그렇게 확신하고, 긴토키는 입을 열었다.

   “오키타 군, 잘 보면 꽤 예쁘장하게 생겼더라? 눈도 크고, 하얗고.”

   남자의 얼굴이 얼어붙는다. 긴토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 애가 말이야, 누나? 동생인가? 하여튼 죽었다고 징징거리는데 그걸 이용 안 할 수는 없잖아?”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본다.

   “아니, 나도 그렇게 잘 될 거라곤 생각 안 했는데-. 보통 좀 더 경계하지 않나? 걔 내가 뒤를 밟아도 하나도 눈치 못 채고. 어려서 그런지 좀 잘 해주니까 금방 쫄래쫄래 따라오고.”

   담배가 손 안에서 꺾이는 것을 본다.

   “신문에는 사드 왕자라고 나질 않나 싸우면 꽤 살벌하질 않나 해서 어떨까 했는데, 생각보다 귀엽더라 ‘너희 소고’.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잡히기 전에 먹는 건데.”

   쾅 소리를 내며 남자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은 이어진다.

   “뭐야, 화났어? 그렇게 사람 죽일 것처럼 볼 것도 없잖아? 그렇게 걱정되면 목줄이라도 채워서 가둬놓지 그랬어. 그렇게 예쁜 애를 혼자 나다니게 방치하니까,”

   한 발짝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며 긴토키는 말을 맺었다.

   “나 같은 나쁜 어른한테 걸리는 거야.”

   직후 복부를 강타한 충격은, 순간적으로 위의 내용물이 역류할 뻔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아니, 내장 어딘가는 확실하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지 않았을까. 아픔에 얼굴을 찌푸리고 헉헉거리면서도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간신히 한쪽만 겨우 뜬 눈에 보인 히지카타는 ‘귀신 부장’이라는 말이 부족할 만큼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긴토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하, 좀 과보호 기가 있으시네. 아직 진짜인지 확인도 안 했으면서. 제3지소는 전멸이라고 하던데, 그것 때문에 머리에 피가 올랐나? 그 덕분에 성공한 거라면, 불만은 없지만.

   “토시.”

   아픔에 몸부림치는 동안 누가 또 창고에 들어왔는지 목소리가 하나 늘었다. 몇 번인가 큰 소리 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국장 콘도다.

   “여유 없는 건 알지만 너무 몰아치지 마라. 얼굴은 안 돼. 죽이는 것도.”

   “……알아.”

   요는, 얼굴 외에는 죽기 직전까지 이것저것 하시겠다는 소리다. 오오, 무서워라 신센구미. 콘도는 인격자 타입의 리더라고 들었는데 적에게는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하, 정말 목숨만 부지해서 나가겠네. 상관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긴토키는 목을 긁는 듯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얼굴을 안 건드리겠다는 건 최소한 눈과 귀는 무사할 거란 소리다. 목숨도 붙어 있단다. 그럼 어쩌면, 만에 하나라도 여기서 나갔을 때 그 아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충분하다.

   자, 그 유명한 귀신 부장님의 심문 체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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