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2. 작성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별로 당신 없이도 살 수 있어요."

   라고, 얘는 혹시 시비 걸러 온 건가? 싶은 말을 오키타 소고는 하는 것이었다. 긴토키는 정신없이 읽고 있던 점프에서 결국 고개를 들었다. 건너편에 앉은 소년은 평소처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어린 놈의 자식이 왜 이렇게 자기자신을 감추는 것만 이렇게 잘 하나 모르겠다. 얼굴을 보고 있어봤자 필요한 정보는 무엇 하나 얻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긴토키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직한 목소리만이 귀에 닿았다.

   "누님이 안 계시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콘도 씨고, 그 사람 곁에 있을 수 있으면 크게 불만은 없어요. 히지카타 씨는 거슬리지만. 언젠간 내 손으로 죽일 테니까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걱정할 일도 아니예요."

   히지카타가 들었다간 진노할 발언이었다.

   "사고라도 당하지 않는 이상 내 실력에 신센구미에서 쫓겨날 일은 없을 테고, 그럼 밥벌이도 걱정 없고……. 괴롭힐 사람이야 주변에 널렸으니 취미 생활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요."

   네 취미 생활 때문에 남이 스트레스 받는다는 사실은 괜찮냐?

   "다시 말해서, 당신 얼굴 못 본다고 내가 밥이 안 넘어가서 죽는 일도 없고 외로워서 죽는 일도 없고 심심해서 죽는 일도 없어요."

   그치만, 이라고 소년은 한 번 말을 끊고서, 이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옆에 있는 게 좋아요."

   이 놈은 자기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사실을 알까?

   "당신이 필요해서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니고, 당신을 좋아해서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당신이 없어도 내 인생은 아무런 문제 없이 굴러갈 테니 엄밀히 말해서 당신은 나한테 필요 없지만,"

   이거는 몇 번 내가 필요 없다고 말해야 성이 풀리는 거야?

   "정말 필요 없는데도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에요, 당신."

   "……."

   "사카타 긴토키가 내게 있어서는 최고의 사치라구요."

   "……."

   "나리, 귀까지 새빨개요."

   "……시끄러. 헛소리 하지 말고 세상에서 최고로 소중한 고릴라한테나 얼른 가버려."

   "싫어요. 허영 많고 욕심 가득한 골빈 여자애들 못지않게 나도 사치 하고 싶어 안달난 10대 청소년이거든요."

   그러니까, 라며 오키타가 손을 뻗었다. 긴토키가 아직도 쥐고 있는 점프를 뺏는다. 버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그것은 오키타의 손으로 넘어왔다. 점프를 소파 구석에 대충 던져놓고 오키타는 긴토키를 봤다. 이야- 나리 혈색 좋네.

   "사치품은 사치품답게 고개를 들어서 날 기쁘게 해주면 정말 좋겠는데요."

   "……아, 정말, 너는! 왜 평소처럼 스트레이트로 안 오고 쓸데없이 변화구로 오는 건데?!"

   "나리가 쪽팔리니까 좋아한다는 소리 좀 작작하라고 그랬잖아요."

   "그랬지만! 긴 상이 그런 거 맞지만! 정도라는 게 있잖아! 너는 왜 중간이 없고 항상 끝이랑 끝이야?!"

   "질풍노도의 시기라 그런 것 같으니까 2년만 참아요. 해서, 나 안 봐줄 거예요?"

   긴토키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작게 "능구렁이가 보고 질겁해서 도망갈 꼬맹이……."라고 중얼거린다. 오키타는 굳이 대꾸하지 않고 작게 웃어 보였다. 소년에 대한 불평을 몇 마디 더 쏟아낸 그가 곧 한숨을 쉬고서는 결국 고개를 들었다.

   "……나리, 나 지금 나리 얼굴 찍어서 핸드폰 대기화면으로 해도 돼요?"

   "하면 네 핸드폰을 반대방향으로 폴더로 접어줄 테니까 알아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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