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7. 작성




   아침 인사와 함께 해결사 사무소에 출근한 신파치는 생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을 눈 앞에서 하고 멍하니 현관에 서있었다. 카구라와 높은 목소리로 꺅꺅거리며 놀고있는 은발 머리 아이. 놀랍게도 그 아이는 그냥 은발이 아니라 곱슬머리였고, 언뜻 보인 눈동자는 짙은 붉은색이었고, 늘 긴토키가 입고 자는 잠옷을 헐렁하게 걸치고 있었다. 그 신체적 특징과 정황 증거가 주장하는 단 하나의 사실. 신파치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오싹한 감각에 몸을 떨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카, 카구라 쨩 그 애 설마……."

   "긴 쨩이다 해! 아침에 일어났으니까 줄어들어 있었다 해! 귀엽다 해! 신파치도 같이 노냐 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깔끔하게도 선언해버린 야토 아가씨는 아이가 되어버린 긴토키에 대한 걱정은 하나도 안 드는지 활짝 웃으며 같이 놀고 있을 뿐이다. 보통 이 경우엔 멀쩡한 성인 남성이었던 동거인이 갑자기 아이가 되어버린 것에 대해 당황하고, 그 이유를 찾아서 원래대로 돌려놓을 노력을 하는 것이 정상 아니겠는가? 아니, 이제와서 이 세계관이나 저 아이에게 정상을 바라진 않지만. 신파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부여잡고 일단 집안에 발을 들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어리긴 해도 확실하게 긴토키의 모습이 남아있는 아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렸을 때부터 저런 죽은 눈이었구나, 하고 묘한 부분에서 감탄한 신파치는 아이를 찬찬히 뜯어봤다. 카구라의 어깨까지도 오지 않는 키. 긴토키가 성장이 빠른 편이었는지 늦은 편이었는지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지만 나이가 두자릿수나 되었을지 의심스러웠다. 진짜 이걸 어쩐다…….

   "긴 쨩, 빙글빙글이다 해!"

   "빙글빙글~."

   "긴 쨩, 높이높이다 해!"

   "높이높이~!"

   ……일단, 애들은 걱정이 없어서 참 부럽다. 신파치 속도 모르고 깔깔거리며 잘만 노는 둘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애초에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다른 사람들에겐 어떻게 설명할 건지 등등 생각할 게 산더미인데. 그리고 신파치는 그 '다른 사람들' 부분에서 퍼뜩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렇다.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해결사 사무소에 찾아오는 사람은 비단 신파치만이 아닌 것이다. 물론 오토세나 타마가 가끔 오긴 하지만 그것 거의 집세를 받을 때나 스낵 오토세의 수리를 맡길 때 정도다. 그것보다 훨씬 자주, 확실하게 해결사 사무소를 방문하는 사람. 그것도 긴토키에게 열렬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있는 단 한 사람.

   "차이나, 아침부터 뭘 그렇게 꺅꺅대고 있냐. 시끄럽게."

   ―――――오키타 소고는 양반은 못 될 모양이다.

   신파치의 머릿속을 광속과도 같은 속도로 수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사카타 긴토키의 현 애인 자리에 있는 오키타 소고가 멀쩡한, 아니 우수하기까지 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극도의 S라는 익히 알려져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몸으로 직접 겪은 긴토키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만, 그 긴토키의 최측근으로서 어느 정도 두 사람의 연애 사정을 알고있는 신파치에게도 오키타의 S가 말 그대로 '사람을 잡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모를 수가 없다. 본의는 아니지만 해괴망측한 꼴을 한 긴토키를 신파치는 몇 번이나 목격한 적이 있고, 거실을 청소하다가 구석에 치워둔 용도 불명의 도구를 발견해 긴토키 방으로 옮겨놓은 게 수십 번이며, 오키타의 심기를 거슬렸다가 다음 날 초췌한 모습으로 귀가하는 긴토키를 동정한 건 셀 수도 없다. 그러니까 요는, 어디까지나 어린아이에 불과한 지금의 긴토키에게 있어서 오키타란 존재는 한없이 유해한 것이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평소에도 유해하긴 하지만 넘어가자.

   "아니, 저기 오키타 씨! 오늘은 긴 상……!"

   "……나리……?"

   늦었다. 말릴 새도 없이 거실까지 발을 옮긴 오키타는 조그만 긴토키를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아-! 뭐하러 왔냐 해, 망할 사드!"라며 경계심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카구라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오키타를 올려다보는 어린 긴토키.

   "형 누구야?"

   커서 그렇게 낮은 목소리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소리. 그리고 신파치는 분명히 들었다. 누군가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

   "어이, 안경……."

   아아, 여기서 왜 하필 날 부르는 걸까……. 신파치는 오키타에 대한 원망을 담아 일단 대꾸했다. 그러자 이어지는 오키타의 말.


   "이거, 얼마나 커야 먹을 수 있을까……?"


   잠시, 정적.

   "하? 이 바보 무슨 헛소리냐 해? 긴쨩은 먹을 게 아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상변태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신파치는 자기 인생을 걸고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는 펀치를 선보였다. 어린 긴토키에게 정신을 빼앗겨서 그것을 피하지 못한 오키타가 벽으로 날아가는 광경은 통쾌한 것이었다. 그걸 보고 "오오, 신파치! 굉장하다 해! 할 때는 하는 안경이다 해!"라며 카구라가 소란을 떨었다.

   직후 카구라에게 어린 긴토키를 오키타에게서 사수할 것을 부탁하고, 신파치가 긴토키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방법을 백방으로 수소문한지 한나절. 두 사람의 노력이 빛을 발해 긴토키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후일담.

   "왠진 모르겠는데, 오키타 군이 너 언젠가 죽일 거라고 이 갈고 있던데? 너 걔한테 뭐 했어? 그리고 괜찮겠냐?"

   "괜찮아요. 저는 의를 행했을 뿐이니까. 거기에 관해서만큼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어요. 그 건으로는 오키타 씨에 질 것 같지 않으니까 제 걱정 말고, 긴 상이야말로 그 사람 조심해주세요. 특히 뭐 먹을 거 주면 받아먹지 말고요."

   "아? 어… 뭐…… 그래……."

   신파치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긴토키는 웃어 넘길 수도 거절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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