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5. 작성
오늘야차 관련 엽편. 본편 이후의 이야기라 네타바레가 들어있는 것도 같으니 구입할 예정이신 분은 유념해 주세요.
긴토키 퇴원한 다음 날 이야기.
“동생을 제게 주십시오.”
하고 긴토키가 대뜸 바닥과 그대로 일체화할 기세로 몸을 깊이 숙인 것이 정확히 3초 전의 일.
“네, 가져가세요.”
그리고 웃는 낯의 미츠바가 대답한 게 방금 일어난 일이었다.
잠시 침묵. 곧.
“……에?”
긴토키와 히지카타의 목소리가 정확히 겹쳐지고, 두 쌍의 눈이 방금 승낙을 입에 담은 여성의 얼굴을 보았다. 긴토키 옆 자리에 앉아있던 소고는 ‘히지카타 씨는 그렇다 치고 긴토키 씨는 자기가 부탁해놓고 왜 자기가 놀라는 거지?’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입에 담지는 않았다. 그리고 소년이 그 생각을 끝낼 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
“에에에에에엑?!”
이라며 다시 두 사람이 합창했다. 오늘 이 둘은 호흡이 잘 맞는 모양이다. 그런 하잘 것 없는, 그야 말로 ‘지금 이 집 정원에 개미가 30여 마리 기어 다니고 있다’라는 문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일에조차 소고는 괜히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끼며, 하지만 여전히 입을 다물고 세 사람-누이와 매형과 어제 부로 정식으로 자신의 연인이 된 사람을 지켜보았다.
“어, 우, 에, 엑? 정말?”
“저, 거짓말은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 데요…….”
“아니, 물론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니까 나쁜 짓이라면 나쁜 짓이지만…… 아니 이게 아니라! 정말?! 뭔가, 더, 할 말 없어?!”
너무 놀란 나머지 언어 능력에 약간의 장애마저 보이고 있는 긴토키의 질문에 미츠바는 “더 할 말이요?”하고 고개를 갸웃했다가.
“……사이좋게 지내세요?”
“아아, 응…….”
마치 유치원 선생님들이 자기 반 아이들에게 일러주는 듯한 문장에 긴토키는 저도 모르게 얼빠진 대답을 해버렸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 신센구미의 통상 업무가 끝나고 히지카타가에 오기 전에 그는 수많은 각오를 했던 것이었다.
벌써 4년이나 알고 지낸, 그것도 1년은 같은 지붕 아래서 산 그녀에게 하나 뿐인 ‘남동생’이랑 교제하는 허락을 받으러 가는 것이다. 아무리 히지카타 미츠바가 온화한 성격이라고는 해도 동생이 남자랑, 그것도 동생보다 10살이랑 많은 아저씨랑 사귄다는 데 그냥 넘어갈 리는 없었다. 어쩌면 평소에는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그 맑은 목소리가 노성을 내지를지도 몰랐고, 긴토키를 보면 잘 웃어주는 동생과 똑같이 생긴 눈이 경멸의 빛을 담을지도 몰랐고, 최악의 경우———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눈물방울을 떨어뜨릴지도 몰랐다. 차라리 화를 냈으면 냈지 눈물만은 흘리지 않기를 바라며(동생도 그렇고 누나도 그렇고 이 남매의 눈물의 보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물론 한 쪽은 전과가 있지만, 그래서 특히.) 긴토키는 히지카타가에 왔다.
그런데 정작 미츠바는 긴토키의 말을 3초만에 승낙해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뭘 깊이 고민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시간이다. 아니, 혹시 말을 제대로 이해 못 한 게 아닐까? 사람은 일어날 거라고 전혀 생각도 못 한 일에는 대처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그래, 그거다.
“아니, 저어……. 미츠바 쨩, 내 말 무슨 뜻인지 똑바로 알아들었어? 그러니까, 그, 내가 소고 군을 달라고 한 건 그냥 지금까지처럼 동생 같이 잘 데리고 다니겠다는 뜻이 아니라…… 어…… 뭐라고 해야 하나…… 불순 이성 교제 같은 썸씽을……. 아니, 이성 아니지만. 어쨌든 이게 그런 방향성의 얘기인데…….”
“알고 있는데요……?”
하며 고개를 갸웃한 미츠바였지만 긴토키가 보기에는 말과는 반대로 전혀 아는 듯한 표정이 아니었다. 아니, 좀 더, 있을 게 아닌가. 남동생이 자기보다도 나이 많은 남자랑 사귀겠다고 하면 좀 더, 뭔가……!
“음……. 그럼, ‘밝고 건전한 교제’를 하세요……?”
유치원 선생님에서 중학교 교사 정도로 레벨 업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바로 어제 ‘밝고 건전한 교제’를 파기해버렸기에 긴토키의 열린 입에서는 나올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속으로만 그녀에게 사과하고서 긴토키는 “응…… 노력할게…….”라고, 굳이 진실을 입에 담지 않는 방향을 택했다. 거짓말은 아니다. ‘노력’은 할 테니까. 그것이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차치하고.
긴토키가 대답을 한 후에야 아내의 3초 승낙 쇼크에서 벗어났는지 이번엔 히지카타가 미츠바에게 거의 소리치다시피 하며 말했다.
“잠, 깐 미츠바! 너, 그걸로 괜찮은 거냐?!”
“뭐가?”
오히려 되묻는 미츠바였다. 그것에 다시 한 번 말문이 막혔던 히지카타는 아주 잠시간의 틈을 두고 얼른 말을 이었다. 역시 신센구미의 두뇌(작전용), 이라고 조금 핀트가 틀린 감탄을 맞은 편의 두 사람이 하고 있었지만 그는 모르는 일이다.
“지금 이 녀석이 소고랑 사귀겠다고 한 거라고! 그것도 연애로!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소고를 달라고 한 거라고! 그런데 그걸, 3초만에 그렇게 줘도 돼?!”
지극히 당연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미츠바는 남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의 얼굴을 빤히 보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긴 상이 달라고 하는데 안 줄 수 없잖아?”
“대체 뭐야, 너의 이 녀석에 대한 그 바다 같은 신뢰는?!”
마치 “태양은 하나잖아?” 같은 말투였지만 히지카타는 아내의 말에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였다. 긴토키가 달라고 하면 당연히 줘야 하는 거라고? 아니, 다른 거라면 또 모를…… 다른 것도 문제지만, 동생을? 그것도 남동생을? 긴토키의 성이 ‘도쿠가와’거나 아예 없어도 무슨 헛소리냐고 멱살을 잡을 판에?!
차마 말로 나오지 않는 남편의 격동적 내면 세계를 이해한 건지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던 미츠바가 조금 웃으며 “그치만,”이라고 운을 뗐다.
“긴 상은 소-쨩을 상처 입힐 사람이 아닌 걸.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럼 되지 않아?”
미츠바의 말에 히지카타는 결국 무슨 말을 할 의지조차 잃어버리고 입을 다물었다. 물론, 그래, 긴토키가 소고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겠지만…… 이 둘이 예전부터 서로 ‘좋아’는 했지만…… 아니, 그래도…… 그 ‘좋아’한다는 게 지금의 ‘좋아’하는 게 아닐 텐데…….
“토시로 씨도 납득한 것 같고,”
아니, 이건 납득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체념에 가까운데. 히지카타는 생각했으나 굳이 입을 도로 열지는 않았다. 아마 열어도 소용이 없다.
“저도 허락했으니까 긴 상이랑 소-쨩, 사랑 싸움도 하지 말라곤 안 하겠지만 되도록 서로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세요.”
방긋 웃으며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한 미츠바에게 긴토키와 소고는 동시에 “네.”라고 대답했다. 한쪽은 평소와 같은 평탄한 말투, 다른 한 쪽은 약간 얼이 빠진 듯한 말투기는 했지만.
오토하가 칭얼대는 소리에 히지카타 부부가 아이방으로 사라지고 거실에 둘만 남게 되자 긴토키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긴장 때문인지 미츠바의 발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소고는 그것을 곁눈으로 흘끗 보고 정좌하고 있던 자세를 무너뜨리며 말을 걸었다.
“보호자 허락도 받았으니, 이제 구청에 서류만 가지러 가면 돼요?”
“무슨 서류를 가져올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소고 군, 어떤 서류에 무슨 도장을 찍어도 나는 네 호적에 못 들어가거든……?”
“그건 곤란한데요. 나까지 성이 바뀌면 ‘오키타’ 씨가 안 남아나잖아요.”
“내 성이 바뀌어도 사카타 씨가 안 남아나거든?!”
“아무리 누님이 대인배여도 내 성이 바뀌는 것까진 허락 안 해주실 것 같은데. 큰일이네요. 긴토키 씨가 협상해 볼래요?”
“사양하겠습니다.”
하고 다시 한 번 크게 한숨.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 확 쓰러져 버리고 싶은 긴토키가 상체를 숙여 머리를 바닥에 박아버리는 것을 보며 소고는 “신뢰가 너무 깊은 것도 문제네요.”하고 조금 웃고서 자기 쪽으로 무방비하게 늘어져 있는 그의 손을 슬쩍 끌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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