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말하려고 했던 소원, 맞춰볼까?”
소고는 지금 자기가 들은 말에 입을 벌린 채로 긴토키의 얼굴만을 빤히 보았다.
“‘나 말고 아무하고도 가까이 지내지 마세요.’지? 고릴라나 미츠바 쨩까지 포함해서. 물론 카구라도, 신파치도, 나나도.”
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자기의 말이 정답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나참…….”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아니, 실제로 그것은 혼잣말인 것 같았다.
“소고 군이 내 생각보다 욕심이 많은 건지, 아니면 조금 너무 가까웠던 건지, 것도 아니면 내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소리였다. 그것은 점점 작아져서 결국은 성대를 울리지 않는 숨소리만으로 변하고, 곧 바로 앞에 있는 소고가 그의 입술을 빤히 쳐다봐도 의미를 알 수 없도록 천천히 그 입마저 닫혀버렸다. 대신 그의 오른손이 올라와서, 부드럽게 소고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양이지사들에게 야차라 공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정한 손길이 황토색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고 싶었다. ‘내가’ 다음에 오는 말. 자신이 질문하려고 했던 것의 대답이 거기에 있을 것 같았다. 이 손길의 이유도, 마치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눈으로 자신을 보는 이유도, 전부 거기에 있을 것 같았다. 소고는 눈을 감았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뺨으로 내려왔다. 살갗에 느껴지는 손은 굳은살이 많아서 딱딱했다. 강당의 소란스러움조차도 멀리 있었다. 바로 앞의 긴토키의 숨소리와, 자신의 숨소리와, 심장소리. 눈을 뜨면, 달빛을 받은 새하얀 사람. 그것이 지금 세상의 전부였다. 아니, 차라리 지금 막 만들어진 이 사람과 자신의 세상이었다. 알아야 했다. 지금 이 세상이 여기 있는 이유를. 그걸 모르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소고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긴토키의 손 위에 포갰다. 조금 힘을 주어서, 잡는다.
“긴토키 씨.”
이름을 부르고, 서로의 눈과 눈을 들여다보고, 그리고, 질문을. 지금.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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