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화온 뒷풀이 때 카페 화이트보드에 손글씨로 쓴 것.
손글씨로 써서 500자 정도밖에 안 됩니다.
“여러 가지가 있군요.”
응. 그래. 집에 가고 싶다.
“검은색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그 감각은 모르겠어.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빨간색도 꽤……. 아니, 너무 선정적일까요.”
선정……? 잘 모르겠지만 집에 가고 싶다.
“카가미 군은 어느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뒤를 돌아보며 하는 쿠로코의 질문에 카가미는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으나 쿠로코는 마치 그게 보이지 않는 양,
“일단 검은색과———.”
쿠로코의 손가락은 집중조명을 받아 선명한 색상을 자랑하는 ‘그것’들 위를 스치다, 검은색의 ‘그것’을 잡아 다시 뒤로 향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검은색 ‘그것’을 카가미의 골반에 갖다 대었다. 착용한다면 이럴 거라는 위치에.
“역시 검은색이네요.”
가터벨트.
쿠로코의 머릿속의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일지 잠시 생각한 카가미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감싸버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아마도 확실하게 쿠로코의 상상 속 모습이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혼자 납득한 듯, 쿠로코가 다시 등을 돌린 것을 느끼며 카가미는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