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가미 군은 농구부에 관심이 있으신 건가요?”
눈은 게시판 쪽을 본 채로 갑자기 말을 걸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농구부 기사를 읽으러 온 거면서 쿠로코를 보고 있던 나에게도 깜짝 놀랐다. 뭐 하는 거야, 나. 쿠로코를 따라 학교 신문을 봤다. 가까이서 본 감상은, 역시 모르는 한자투성이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농구부밖에 관심 없어.”
옆의 “그런가요.”라는 맞장구 같지도 않은 맞장구를 한 귀로 흘리며 시선은 자연스럽게 사진 쪽으로 향했다.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레이업 슛 사진의 선수 유니폼에는 ‘SEIRIN’이라는 알파벳 로고가 들어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 선수가 이 학교의 농구부…… 지금의 2학년이다. 오른쪽 밑에는 같은 유니폼을 있고 주먹을 치켜들고서 기뻐하고 있는 세 사람. 관동 대회 출장이라고 했으니까 그 ‘관동 대회’라는 게 확정되는 시합에서 이겨서 기뻐하는 거겠지. 세 사람 다 눈에 익은 표정이었다. 시합에서 이겼을 때의 내 팀메이트들도 이런 표정으로 기뻐했었고, 그냥 보기만 했던 시합에서도 전력을 다한 팀의 선수들은 이런 표정이었다.
게시판으로 돌진할 때의 흥분은 쿠로코 때문에(덕분에?) 좀 식었다. 대신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이번에도 입가가 저절로 웃는 건 마찬가지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아니라, 조금 간지러운, 그런 느낌. 왜냐면 나는 이 표정을 안다. 이 표정을 나올 때 얼마나 기쁜지를 안다. 분명히 농구가 좋아서, 그래서 죽을 만큼 연습해서, 시합에서도 죽을 만큼 뛰어다니고 슛을 해서, 그래서, 겨우 이겼을 때의 그 기쁨이다. 잘 됐다. 축하해. 그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진. 솔직히 레이업 슛 사진은 좀 더 멋있게 찍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사진은 꽤 잘 나왔다. 농구부만이 아니라 신문부도 이럭저럭 괜찮은 수준은 되나 보다.
농구는 상대가 강할수록 재밌다. 그것만은 확실하지만 상대가 나보다 강하지 않아도 전력으로 하는 농구도 재밌다.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전력을 다해서 이겨서 기뻐하는 사람들이 지금 이 학교의 농구부에 있고 그 사람들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면, 분명히 재밌을 거다.
“……카가미 군은 농구를 좋아하시는군요.”
“우오오?!”
잊고 있었다. 있었지, 쿠로코. 그런 ‘유령’에 버금갈 정도로 실례되는 생각을 하자 또 곧장 “제가 있는 거 잊고 있었죠?”라는 독심술 코멘트가 튀어나왔다. 이 녀석,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표정으로 내 생각은 다 읽는다. 생각을 읽혀서 기분 좋을 리는 없기에 “그런 거 아냐.”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어떻게 알았어?”
“웃고 있었으니까요, 사진 보면서.”
말한 쿠로코는 “이거죠?”라면서 방금까지 내가 보던 사진을 가리켰다. 또 생각을 읽힌 것도 그렇지만, 혼자 웃고 있던 걸 들킨 것도 꽤 쪽팔린다. 아니, 좋아하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웃고 있는 걸 봤다고 그러니까…… 뭔가…… 그게…… 그래…….
얘기 돌리자마자 다시 얘기를 돌려야 한다는 건 꽤 어렵다. 특히 나처럼 머리 회전 속도가 느린 사람한테는.
“그, 그러는 너는 왜 보고 있는데? 이거.”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여자는 남자보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 있다 해도 메이저 종목이 대부분이다. 이 섬나라에서 가장 메이저한 스포츠는 야구. 중학교 때도 프로 야구나 고시엔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자애들은 있었지만 NBA에 대해 이야기하는 애들은 없었다. 그런데 농구. 두 번째로 인기가 많다는 축구도 아니고, 농구. 보통 그냥 지나친다.
“창립 1년차라 1학년밖에 없는 농구부에서 신인전 지구 대회까지 가다니 대단하다 싶어서 보고 있었습니다.”
“역시 대단한 거냐? 그 ‘신인전’이라는 거. 그리고 에, 지구 대회? 관동?”
“……기사 읽고 있던 거 아닌가요, 카가미 군.”
아무래도 기사에 내용이 써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모르는 한자가 많아서 못 읽어, 이거.”
“……이제 고등학생인데 이 정도 한자를 다 못 읽는 건 위험한 거 아닌가요. 전부 상용한자인데요.”
아까부터 무표정인 쿠로코의 눈빛에 뭔가 놀라움이라든가 한심함 같은 게 섞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칫.
“들으면 알아! 들으면 아는데, 읽는 거고 쓰는 거고 전부 젬병이라 그렇지. 그래서, 신인전이 뭔데?”
“잘 못한다고 피하기만 하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농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기사에 전부 잘 정리되어 있으니까 읽어 보세요.”
“야, 너…….”
“모르는 한자는 읽어 드리죠. 아, 첫 두 글자는 ‘세이린’입니다.”
“나도 학교 이름 정도는 보면 알거든?!”
쓸 줄 몰라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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