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타 말을 듣고 그제야 자기 옷을 내려다보는 긴토키. 손으로 팔을 비빈 것도 무의식중에 한 행동이었다. 어째 썰렁하더라……. 아니, 근데 이 꼬꼬마는 왜 아까부터 괜히 나한테 성질이야? 누구는 좋아서 이런 노출광 같은 옷 입고 있는 줄 아나. 긴토키가 소년에게 한 마디 하려고 매서운 눈으로 다시 고개를 들자, 마침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이 안 나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특별히 밝은 것도 아니었다. 그마저도 이 카부키쵸에서는 네온사인에 흐려져 달빛인지 인공적인 그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일어선 소년이 등지고 있는 것은 확실히 달빛이었다. 황토색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서 금색으로 빛났다. 저렇게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이 네온사인일 리가 없는 것이다. 이어서 찬란하게 부서지는 빛을 받고 하얗게 드러나는 그 얼굴. 키 차이 때문에 좀처럼 올려다볼 일이 없는 그 얼굴을 지금은 소년만 일어나 있기에 올려다보고, 긴토키는 쏟아내려던 불평을 삼켜버렸다.
잘생기면 이렇게 득을 본다. 소년을 노려보려던 눈으로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보는 자신을 깨닫고 긴토키는 생각했다. 그림처럼 빛 속에 선 오키타는 곧 영화처럼 신센구미 대복의 재킷을 벗었다. 그 장면만 떼서 어디 CF에 이어 붙여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아서, 긴토키는 어이가 다 없을 지경이었다. 보통 이런 건 입는 동작이 훨씬 멋있고 그러는 거 아냐? 얘 뭐야?
그림 같고 영화 같은 소년은 벗은 재킷을 지극히 유려한 동작으로 긴토키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긴토키가 사랑스러운 소녀였다면 하이틴 소설의 한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30이 다 되가는 남자였다. 그것도 모자라서 노출이 다소 과한 여자 옷을 입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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