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가미의 생일인 8월 2일을 전후하여 쿠로코가 가능한 많은 기적의 세대를 모아 스트리트 농구 모임을 갖는 것은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한 후 매년 있는 일이었다. 부른 사람 전원이 다 시간이 나는 것은 아니니 몇 명이 빠지기도 하고, 또 몇 명은 오히려 자기 친구들을 잔뜩 끌고 오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농구에서 멀어지는 사람도 있어 조금 걱정을 했지만 졸업 후 두 번째로 맞는 카가미의 생일, 즉 올해까지는 참가율이 좋은 편이다.

  모이는 사람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카가미 생일이라서 불렀다는 걸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알고서도 무시하는 사람이 있고, 생일인 걸 안 이상 그냥 넘어갈 순 없다며 축하의 말이나 작은 선물을 건네는 사람도 있고. 반응이 어쨌든 간에 모인 이들은 한나절 동안 전력을 다해 농구를 즐겼고, 그 중에서도 가장 즐거워하는 것은 카가미였으니 쿠로코로서도 불만은 없었다.

  올해는 작년에 모습을 보였던 무라사키바라와 히무로가 빠진 대신 아카시가 얼굴을 비췄다. 히무로는 가족 여행으로 지금 동남아를 돌고 있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자정이 되기가 무섭게 카가미에게 라인을 넣어 가장 먼저 생일을 축하한 것은 히무로였다. 시차가 몇 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한 내리사랑이었다. 히무로가 빠져버리면 그에게 잡혀서 끌려오는 무라사키바라가 안 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번에 온 아카시는 모처럼 시간이 비어서 몸이 풀고 싶다던가. 방학에도 후계자 수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도련님이 별일이라고 미도리마가 한 마디 했었다.

  키세와 아오미네, 미도리마와 그가 데려온 타카오, 아카시와 역시 그가 데려온 미부치까지.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그들의 승부욕은 식을 줄을 몰랐고, 쿠로코는 쓰러지고 싶지 않으면 좋은 말로 할 때 수분 보충 하라고 몇 번이나 물통을 던져야 했다. 그 노력이 빛을 본 건지 열중증으로 쓰러지는 사람 없이 올해의 스트리트 농구 모임은 무사히 막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생일이라며? 축하해, 카가미.”

  “어? 어어……. 고맙다…….”

  설마 아카시에게 축하의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듯, 카가미가 얼떨떨하면서도 대답했다. 아카시가 비교적 온화한 성격의 인격으로 바뀐 지는 꽤 오래 됐지만 사실 시합이 아니면 따로 얼굴을 볼 일도 없는 두 사람이다. 적응이 잘 안 되는 거겠지. 카가미는 괜히 가렵지도 않은 목 뒤를 긁었고, 옆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쿠로코는 작게 웃었다. 뭐가 어쨌든, 자신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두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는 건 기쁜 일이다. 카가미가 어떻게 느낄지는 몰라도 아카시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고, 이 기회에 관계를 좀 개선해서 친구라도 되는 게…….

  “생일이라는데 준비한 게 없어서 미안하네. 나도 키세한테 오늘 들어서 말이야. 선물 대신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성인이 된 카가미에게 유용한 정보를 하나 알려줄게.”

  “하? 아니, 별로 필요 없…….”

  “내가 알기로 너는 꽤 오랫동안 쿠로코랑 사귀고 있다고 하는데, 쿠로코는 내년 1월 말이 돼야 성인이지? 그럼 오늘부터 너는 성인, 쿠로코는 내년 1월까지는 청소년이란 소리네. 카가미, 현에 따라 세칙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청소년보호육성조례라는 걸 시행하고 있어. 그 중에는 통칭 음행조례라고 해서, 청소년과의 성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지. 즉, 성인인 너는 오늘부터 쿠로코와 성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범죄가 된다는 소리야.”

  전언철회.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겁니까, 저 머리색부터 위험신호인 이중인격. 쿠로코는 아카시의 돌발 발언에 갑자기 초조해졌다. 그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간 이상한 데서 솔직한 카가미가

  “……지, 진짜……?”

  ……그대로 믿어버리지 않는가.

  “우와, 뭐예요 그거?! 진짜임까, 아카싯치? 카가밋치, 쿠로콧치랑 섹스하는 것만으로도 잡혀가는 거예요?!”

  “레알? 테츠랑 사귀는데도? 그래도 안 돼?”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거니까.”

  “카, 카가밋치 어떡함까!”

  “진짜냐……. 어이, 카가미. 각오 단단히 해라. 이렇게 된 이상 범죄자가 되더라도…….”

  카가미가 입을 벌린 채 굳어있는 동안 당사자보다도 더 호들갑인 키세와, 역시 당사자보다도 더 심각한 표정인 아오미네. 쿠로코는 이제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고 싶어졌다. 지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파장이 잘 맞는 건지, 아오미네와 키세의 의견은 카가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저 둘이 이런 태도로 나오면, 카가미는.

  “——안 돼.”

  입을 벌린 채, 도저히 아카시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처럼 굳어있던 카가미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다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쿠로코랑 사귄다는 이유로 쿠로코가 좋아하는 내가 범죄자가 될 순 없어……! 쿠로코를 범죄자의 애인으로 만들 순 없어!”

  비장감마저 감도는 목소리. 한 번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뜬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긴장 때문에 뺨까지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그 기백에 진 것처럼 숨을 삼키는 키세와 아오미네.

  “카가밋치, 설마 당신……!”

  “절대 불가능해, 카가미! 아무리 네가 테츠를 좋아해도 그건……! 테츠 생일까지 반년이나 남았는데……!”

  “아냐, 할 수 있어! 해보기도 전에 어떻게 알아?! 6개월 금욕 정도, 아무 것도 아냐!”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쿠로코가 썩은 동태눈이 되어 지켜보는 가운데 키세와 아오미네는 카가미의 각오에 진심으로 감명 받은 듯, 눈물까지 어리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시 봤슴다, 카가밋치!” “진짜 남자다, 카가미이……!”라며 찬사를 바치는 두 사람. 하지만 그런 둘을 개의치도 않고 카가미는 몸을 홱 돌리더니, 미스디렉션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존재감이 사라질 것 같은 쿠로코에게로 척척 다가왔다. 그리고 연인의 두 손을 꼭 잡고서.

  “걱정 마, 쿠로코! 절대로, 절대로 쿠로코를 범죄자 애인으로 만들지 않을 테니까! 나만 믿어! 내가 꼭 지켜줄게!”

  “……그것 참 믿음직스럽네요…….”

  정체불명의 사명감에 타오르는 듯한 카가미를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게 아니라 그냥 불가능이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쿠로코는 끄덕였고, 뒤에서는 타카오가 진동모드의 휴대폰 마냥 부들부들 떨다가 급기야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청소년보호육성조례에서 말하는 ‘청소년’은 만 20세가 아니라 18세까지인 것이야. 아카시는 그걸 전제로 농담이랍시고 한 말인 것 같다만…… 저 녀석의 농담 센스는 여전히 엉망이군. 슬슬 자신의 발언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야.”

  “응~. 나도 학교 다닐 때 세이 쨩한테 몇 번 말해봤지만 지금도 계속 저러는 걸 보면 그냥 안 고쳐지는 거 아닐까?”

  하고, 한 때 아카시와 같은 팀이었던 SG 두 사람이 한숨을 쉬었으나 그것은 아카시를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에겐 들리지 않았다. 대신 바로 옆에서 들은 타카오가 “그게, 히히, 농담, 크히, 이히히히히히……!”하며 거의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으나 시끄럽다며 미도리마에게 발로 차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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