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어른과아이와소년의211일

경솔한 어른과 살벌한 아이와 고생하는 소년(샘플)

月のあおい 2013. 11. 23. 01:32

   “생각해봤는데요, 나리. 그거 나보다 나리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앙? 그럴 리가 없잖아. 뭐야, 너도 그 오나베 같은 소리 하게? 파코 어쩌고?”

   “물론 그것도 좀 보고 싶긴 한데, 진짜로요.”

   말하며 오키타는 긴토키의 손에 들려있던 옷을 뺏어들었다. 그리곤 긴토키가 또 뭐라 소리치기 전에 그것을 그에게 얼굴 높이까지 들어서 가까이 댔다.

   새하얀 피부에, 새빨간 천. 새하얀 머리카락과 속눈썹에, 새빨간 눈동자와 입술. 선명한 색채 대조 속에 춤추는 은색 나비는 차라리 환상적인 무언가로 보였다.

   “예쁘네요. 나리는 하얘서 빨간 게 어울려요.”

   “그래?”

   “네.”

   잘 모르겠다는 듯이 반문하는 긴토키에게 오키타는 단언해 보였다.

   빨간 색이라고 하면 긴토키에겐 지금쯤 그네를 타고 있을 소녀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오키타에겐 그의 색이자 긴토키의 색이기도 했다. 물론 긴토키 하면 바로 떠오르는 색은 흰색이겠지만, 오키타에게 더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붉은 눈이었다. 그와 공유하고 있는 몇 가지 중 하나. 물론 남자치곤 오키타도 하얀 축에 들기 때문에 긴토키랑 그 부분도 같다고 할 수 있지만, 하얀 걸로 치면 종족부터가 다른 카구라를 이길 수 없다. 자타공인 S인 것도 맞지만 독설이 주특기인 아이도 굳이 따지자면 같은 과다.

   그러니까, 붉은 색. 그와 자신만이 공유할 수 있는 것.

   오키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에는 작게 의문을 표하고 있는 긴토키. 정말 빨간 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눈동자도, 입술도.

   정말, 탐나는 사람.

   “내가 빨간 색이 어울리든 파란 색이 어울리든 다 좋은데, 옷 좀 주지? 개야 되거든?”

   아까부터 아무 말도 없는 소년을 기다리다 지친건지 긴토키가 말했다. 하지만 오키타는 후리소데를 든 채로 무반응. 그 상태가 1분 쯤 이어진 후, 결국 긴토키가 손을 뻗어왔다. 하얀 손 앞에서 빨간 천이 춤추더니 휙 사라졌다.

   “오-키-타-구-운.”

   살짝 얼굴을 찌푸리면서 일부러 길게 늘여 오키타를 부르는 긴토키. 그도 그럴 것이, 손이 닿기 직전에 오키타가 그것을 자기 등 뒤로 감춰버린 것이다. 표정에 대놓고 ‘얘는 또 왜 이렇게 귀찮게 구니.’라고 써있었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상처 받으면 끝이 없다. 소년은 굴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상 주면, 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