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0. 오늘, 야차를 데리러 갑니다. (샘플)
『제목 : 혹시 주무시고 계셨으면 죄송해요…….
내용 : 이 시간에 문자하면 소리로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아침에 할까도 했는데, 긴 상이 밤에 주무실지 아침에 주무실지 몰라서……. 출장 가셨다고 들었는데, 또 무슨 위험한 일을 하러 가신 건가요? 일도 좋지만, 몸조심해서 얼른 다녀오세요.
갔다 오시면, 이런 억지 부려서 죄송하지만, 되도록 빨리 아기 이름 부르러 와주세요.
자정 되기 조금 전에 들어가서 크게 고생 안 하고 나왔어요. 방금 전에 토시로 씨랑 소-쨩도 와서 안아 보고 갔어요. 그러고 보면 콘도 씨도 출장이라서 못 오셨던데, 얼른 두 분도 와서 안아 보세요. 아, 아기를 만질 때는 손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 거 아시죠?
그럼 ――――쨩이랑 같이 기다리고 있을게요. 혹시 일 방해됐으면 죄송해요.』
긴토키는, 한 글자 한 글자 곱씹는 것처럼 몇 번이나 스크롤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문자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눈이 몇 번 화면을 왕복했는지 셀 수도 없을 만큼 움직인 후, 그는 겨우 어두워진 방에서 휴대폰 액정의 빛을 끌 수 있었다.
태어났다. 그 애가, 세상에 나왔다. 아직 받아놓은 예정일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있었을 텐데 기다릴 수 없었던 걸까. 그럴 거면,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걸. 하다못해 그제, 아니 어제라도 나와 줬으면 얼굴은 볼 수 있었을 텐데. 자기가 꺼낸 말은 꼭 지키려고 하는 고집 센 미츠바다. 이름을 지은 긴토키가 제일 먼저 부르기 전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니 분명 아이를 안았던 아빠와 삼촌도 애 이름조차 모르고 돌아갔으리라. 아마 영원히, 자신이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은 없을 텐데. 언젠가 자신에 관한 것도 미츠바의 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는? 배신자가 지은 불길한 이름 같은 걸 쓸 수는 없다며, 다른 이름을 붙이게 될까?
보고 싶었는데. 죽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처음이라,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부모와 주변 어른들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커나가게 되는 생명’이라는 것을, 꼭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누구를 더 닮았을까? 여자애니까 미츠바 쨩을 더 닮았으면 귀여울 텐데. 그래서 이름도 그렇게 지어주긴 했지만. 아, 아이 이름을 들었을 때 분명 엄청나게 복잡미묘한 표정이 될 히지카타의 얼굴도 보고 싶었다. 재미있다는 듯이 씩 웃는 소고나 방에 크게 울리도록 껄껄거릴 콘도도. 사랑을 가득 담아 아이 이름을 부를 어머니의 목소리도, 듣고 싶었다. 분명 보는 사람 낯이 다 간지러울 정도로 행복한 광경이리라.
“보고 싶었는데, ――――쨩…….”
이제 자신은 거기에 낄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