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코의 농구/세이린고교농구부매니저는접니다

參-陽 「당신을 좋아합니다.」(샘플)

月のあおい 2013. 12. 22. 01:55

   “미, 미안…… 정말 미안해, 히극, 테, 후, 우와아앙!”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표정에 티가 날 정도로 당혹스러워 하는 쿠로코와, 그런 쿠로코에게 손목이 잡혀서도 주저앉아서 펑펑 울기 시작한 분홍색 긴 머리의 여자애가 있었다. 응. 정말로, 무슨 일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짐작도 안 가. 그리고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겠다. 뭐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아는 애면 왜 우는지 묻기라도 하고 사정을 알아야 위로라도 하지. 그, 자리를 피해야? 되는 건가?

   뒷걸음질 친 순간 핑크머리를 내려다보던 쿠로코가 날 봤다. 죽은 생선 눈깔 같은 하늘색 눈이 웬일로 ‘어딜 도망치려고 하는 겁니까 카가미 군 지금 울고 있는 여자애랑 저를 단둘로 만들 생각입니까 죽어도 싫으니까 잔말 말고 이리 오세요’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이 녀석 생각을 대충 알게 된 건 편하긴 한데, 이럴 땐 매우 안 좋다. 내가 절대 도망칠 수 없다는 게 특히.

   결국 울고 있는 여자애(쿠로코가 ‘모모이 양’이라고 불렀으니까 이 녀석이랑 아는 사이다.)를 쿠로코가 어떻게든 설득해서 자판기와 벤치가 있는 휴게실로 왔다. 걷는 동안 계속 꺽꺽 소리를 낸 어, 모모이는 아까보단 좀 그치긴 했지만 계속 소리를 내며 훌쩍이고 있었다. 설마 계속 울 생각인가. 아니, 모르는 사이고 아는 사이고 누가 우는 데서 그냥 같이 있는 건 되게 불편한데…….

   “모모이 양. 괜찮으니까, 울지 마세요. 모모이 양이 계속 울고 있으면 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도 못하잖습니까.”

   내가 들은 것 중에 아마 제일 상냥한 목소리로 쿠로코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모모이는 여전히 훌쩍거리면서도 “응, 미안. 조금만 기다려 줘.”라고 눈가를 닦았다.

   그러고도 몇 분이나 지난 후에야 모모이는 좀 진정한 듯, 눈이 새빨개지기는 했어도 새로 뺨을 적시지는 않게 됐다.

   “좀 괜찮으신가요?”

   “응……. 에헤헤, 오랜만에 봤는데 테츠 군한테 이런 꼴이나 보이고…….”

   그렇게 웃는 모모이는, 울음이 그치고 보니 꽤 미인이었다. 키세도 그렇고 미도리마도 그러고, 쿠로코한테는 묘하게 미남미녀형 친구들이 많다. ……응? 테츠 군?

   “괜찮습니다. 그런데 아이다 체육관까지는 무슨 일로……?”

   쿠로코의 말에 다시 조금 아래를 본 모모이는.

   “4월에…… 키-쨩한테 얘기는 들었어도, 설마 싶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해서 그냥 있었는데…… 미도링까지, 키-쨩하고 똑같은 얘기를 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그런가요. 키세 군이 연락을 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미도리마 군까지 모모이 양에게 이야기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이, 잠깐. 저 ‘키-쨩’이랑 ‘미도링’, 설마 키세랑 미도리마 얘기냐? 여자애들이 서로 이상한 별명으로 부르는 건 가끔 들었지만 하……. 그래서 쿠로코도 ‘테츠 군’인지 뭔지로 부르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센스다.

   “세이린에 졌다는 소리 듣고 전화했더니, 미도링이…… 응.”

   뭘 어떻게 하면 그 요상한 안경이 ‘미도링’ 같은 이상하도록 귀여운 nickname으로 불릴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모모이가 쿠로코를 향해서 깊이 머리를 숙였다.

   “미안해, 테츠 군! 역시 나 때문에 그런 복장으로…….”

   “아닙니다.”

   아까 울며불며 사과한 걸로도 부족했는지 또 미안하다고 하는 모모이의 말을 쿠로코는 싹둑 잘라버렸다.

   또 ‘꼴’인지 ‘복장’인지 하는 얘기냐……. 쿠로코, 대체 중학교 때 어땠길래 만나는 동창(이겠지? 모모이도.)마다 저러는 거야? 본인 말로는 머리색이 바뀐 것뿐이라고 하지만, 머리카락을 숭배하는 종교가 아닌 이상 머리색 바뀐 것 같고 저 난리를 칠 리는 없다. 그게 바로 IH 끝나고 말하겠다는 ‘비밀’일 테니까 굳이 물을 생각은 없지만.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만, 모모이 양이 사과할 일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제 문제니까요. 제가, 도망칠 핑계가, 눈에 보이는 핑계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거기에 모모이 양이 책임을 느낄 이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내가 있었으니까, 날 보고 테츠 군은……!”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행동을 한 건 접니다. 잘못도 책임도, 전부 저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모모이 양이 그렇게 미안해하면서 울 거 없습니다.”

   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모모이의 눈가를 손가락을 닦더니 쿠로코는.

   “오히려, 사과를 해야 할 건 접니다. 모모이 양, 그 때…… 졸업하기 전에 절 찾아왔을 때, 심한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그 때도 모모이 양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제가, ……힘들어서, 그래서 그 화풀이를 모모이 양에게 한 것뿐입니다. 미안해요, 상처 줘서.”

   안 그래도 큰 눈에 눈물을 그득 담고 쿠로코를 올려다보고 있던 모모이는 몇 번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긴 머리카락이 휘날릴 만큼 세게.

   “아냐. 그 때 테츠 군이, 어떤 마음인지 모르는 거 아니었는데, 그런데도 내가……. 그래서, 테츠 군한테 상처 입힌 줄 알고, 무서워서, 화난 줄, 알고…….”

   그 다음부터는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입 속으로 웅얼거리는 것처럼 말하다가, 모모이는 마지막에 “다행이다, 테츠 군한테 상처 준 거, 아니라. 미움 받은 거, 아니라.”라며 다시 펑펑 울기 시작했다.

   “제가 모모이 양을 미워할 리 없잖습니까. 모모이 양이 얼마나 저희를 생각해주는지 알고 있는 걸요. 그러니까, 그만 우세요. 저, 여자분의 눈물을 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말하면서 쿠로코는 모모이의 어깨를 살짝 끌어당겨 안고서 분홍색 긴 머리를 쓸어주었다. 울음기 잔뜩 섞인 목소리가 “세일러복 입고 이렇게 멋있는 건 테츠 군뿐이야.”라면서 훌쩍거렸다.

   뭐, 이 녀석이 가끔 여자 교복 입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멋있다는 건 동의 못할 것도 없다. 문답무용으로 오금 공격해서 날 말리는 거라든가, 미도리마와 붙었을 때의 주먹 날린 거라든가.

   그런 부분이 편하기도 하고, 믿음도 가고, ……좋은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