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紅情死

紅章(샘플)

月のあおい 2013. 12. 16. 10:56

   공중에 떠있는 먼지가 햇빛을 받아 눈에 보이는 것을 멍하니 관찰하던 소고는 요 위에 늘어져 있던 팔을 움직였다. 금방 긴토키의 손에 닿았다. 잡는다. 긴토키도 소고의 손을 잡았다. 웃음이 났다.

   “소고.”

   “응?”

   “밥부터 드실래요, 목욕부터 하실래요, 아니면 나?”

   “붑.”

   뿜었다. 실제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건 갑자기 왜 해?”

   “아니, 단둘이 집에 들어와서 청소하고 같은 요에 누워있다 보니 무심코…… 원래 여기 아들 내외가 쓰던 데라며? 그럼 그거잖아. 부부의 보금자리.”

   이번엔 소리 내서 웃었다. 긴토키가 작은 소리로 따라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음이 멈춘 후에 소고는 긴토키의 손을 잡고 있는 손으로 그의 손가락을 쓸었다. “응?”하고 그가 고개를 소고 쪽으로 돌렸다.

   “그럼 목욕하고, 밥 먹고, 당신.”

   “뭐야, 원래 이런 건 바로 ‘너’부터 나오는 거 아냐?”

   “아무리 싱싱해도 씻어서 먹어야지. 배탈 나잖아.”

   “푸하-.”

   이번엔 긴토키가 낄낄거렸다. 몸을 완전히 소고 쪽으로 틀고 힉힉 소리까지 내며 웃기에 옆구리를 몇 번 간질여 주었더니 도마 위의 생선 같은 반응을 했다. 나중에 또 해야지. 다짐이랄 것도 없는 다짐을 하고 소고는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만 웃고, 욕실 가자.”

   “무리, 잠깐, 하, 좀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도 한참을 웃어대는 긴토키에게 인내심이 바닥난 소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등과 오금에 팔을 넣어 안아 올렸다. 어째서인지 “야이, 히, 바보, 공주님, 후히, 안기, 히히히히, 하, 아하하!”라며 더 웃어젖혔지만 알 바 아니다.

   겨우 웃음을 그친 긴토키를 탈의실에 내려놓고 먼저 욕실에 들어간 소고는 먼지가 쌓인 목욕통을 물로 씻어내고 목욕물을 받기 시작했다. 자동차 하나 없는 시골 주제에 수도와 가스는 다 갖춰져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니, 차는 개인의 재력으로 구입해야 하는 거고 수도나 가스는 막부에서 하는 거니까 별 상관없나……? 잘 모르지만.

   탈의실로 돌아가자 긴토키가 소고가 내려놓은 자세 그대로 앉아 있었다.

   “뜨거운 물 나와?”

   “응.”

   “신기하네.”

   생각하는 수준이 비슷하다. 조금 웃고서, 소고는 상반신을 숙여 긴토키의 옷에 손을 댔다.

   “꺄- 소고 군 엣찌-.”

   “그런 국어책 읽기로 말해봤자……. 할 거면 아예 제대로 해. 그러면 흥분해 줄 테니까.”

   “끼야아아아아! 여기 오픈된 마인드의 변태가아아아아!”

   박진감 넘치는 외침이었다. 화답해 주기로 한다.

   “여기서 소리 질러 봤자 아무도 안 오니까 지르고 싶으면 맘껏 질러.”

   “끼야아아아아아! 여기 대사가 완전 악당인 오픈된 마인드의 변태가아아아아아!”

   타이틀이 하나 늘었다. ‘대사가 완전 악당인’과 ‘오픈된 마인드’는 어딘지 모르게 상충하는 것 같은 기분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소고는 일단 별 의미 없이 도망 다니는 긴토키를 역시 별 의미 없이 추격하기로 했다.

   좁디 좁은 탈의실에서 펼쳐진 추격전이 1분 30초만에 소고의 승리로 끝나고, 승리자는 “부드럽게 해 줘…….” 같은 헛소리를 지껄이는 긴토키에게 대충 대답하며 다시금 옷에 손을 댔다. 천천히, 자신의 손이 어디 있는지 긴토키에게 확인시키면서 그의 옷을 벗기면 새벽에 봤던 참상이 다시 한 번 펼쳐졌다.

   당장 목 주위를 가리지 않으면 바로 보이는 붉은 손자국부터 시작해서 그 아래에 보이는 수많은 멍과 칼자국. 그 전부가 오늘 새벽에 새겨진 것이기에 더욱 선명했다. 피부가 하예서 그런지 특히 눈에 띄는 그 상흔들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움직였으면, 그랬으면 최소한 이것보다는 상처를 줄일 수 있었는데.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긴토키를 이렇게 만들었다. 조금만 더 빨리 갔으면, 그랬으면 이렇게까지는…….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진다. 긴토키가 갑자기 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린 탓이었다. 뭐라 묻기 전에, 긴토키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따로 들어갈까?”

   “보기 싫지?”라는 말을 돌려서 한 거라는 건 소고도 알 수 있었다. 차라리 그렇게 스트레이트로 물었으면 소고는 긍정했을 것이다. 보고 싶을 리가 없지 않은가. 생길 필요도 이유도 없었는데 자신 때문에 생긴 상처 같은 걸. 아픈 척은 잘도 하면서 아픈 티는 죽어도 안 내는 사람이 이를 악물도록 만든 원인을. 하지만.

   “아니.”

   눈을 가린 손을 붙잡고 치운다. 분명 “안 봐도 돼.”라고, 그렇게 말할 것이다.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아도 된다. 무서운 것에서는 도망쳐도 된다. 자신에게 울지 말라고 한 긴토키라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소고는 그에게 고백을 해 버렸고, 그와 입을 맞춰 버렸고, 그에게서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 거잖아.”

   말하고 손을 은색 머리카락에 가져갔다. 밤새 식은땀을 흘렸던 머리는 마른 지금도 빈말로도 좋은 감촉이라 말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일부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손가락 사이로 하얀 머리카락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느낀 후, 소고는 그가 기분 좋은 듯 눈을 감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자기보다 큰 몸을 안아들었다. 대체 이 자세의 어디가 그렇게 웃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일어서자마자 낄낄대는 것을 한 대 쯤 때릴까 하다가 양 손이 긴토키의 몸으로 막혀있기에 단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