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紅情死

朱章(샘플)

月のあおい 2013. 12. 16. 10:54

   “――――뭐 그런 표정으로 서있냐, 너.”

   짧게, 사람의 몸이 움직여서 생겨나는 바람. 온기. 이마에, 손끝.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타난 사람은 소고의 머리를 안 듯이 감싸, 이마에 댄 손으로 소년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10cm도 안 될 차이를 두고 그 위에, 붉은 색.

   “애가 지나가다 보면 운다.”

   붉은 눈. 눈가에 퍼지는 선명한 적색. 하얀 피부에 하얀 머리카락. 낮게, 크지 않은 소리로 귓가를 흘러가는 목소리.

   그 사람이다.

   “아니, 반댄가? 대장님이 우나?”

   하며 짓궂게 웃기에, 소고는 거의 반사적으로 얌전히 위를 향하고 있던 머리를 그대로 돌진시켜 그 턱에 박아버렸다. “으겍!”이라는 듣기 좋지 않은 소리가 귓전에 울렸지만 알 바 아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밸런스를 못 잡은 건 한 쪽이나 당한 쪽이나 마찬가지여서 둘 다 별로 좋지 않은 꼴로 뒤로 넘어지는 형국이 되었다. 턱을 부딪친 남자와는 다르게 소고 쪽은 그렇게 데미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야, 너, 정말, 성격……!”

   “얼굴 보자마자 맞을 소리 한 게 누군데?”

   “그렇다고 거기서 박치기 하는 놈이 어딨냐?!”

   “당신 앞에.”

   “통역이랑 변호사 불러 와, 인마!”

   꽥꽥거리는(본인이 들으면 한층 더 시끄러워질 표현이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으니 문제없다.) 남자를 무시하고 소고는 먼저 자세를 정리하며 일어섰다. 바닥에 닿은 부분을 대충 툭툭 털고 다시 남자 쪽을 보면 아직 넘어진 자세 그대로 한 손으로 턱을 가리고 있었다. 음, 물론 박치기를 좀 전력으로 하긴 했지. 일부 과실을 인정하는 바, “괜히 왔어…….”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는 건 그냥 무시해 주기로 했다.

   조금 기다리자 턱의 아픔이 좀 가셨는지 환부를 가리고 있던 손을 뗀 남자가 아직 찌푸린 표정으로 소고를 올려다봤다.

   “애초에 너 말이지, 약속 장소로 묘지를 고르는 건 어떻게 돼먹은 센스와 개념인데? 나는 이런 애가 앞날이 창창한 낭랑 18세에 하늘같으신 공무원님이라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요, 머리가.”

   “턱이 아프겠지.”

   “들어, 인마.”

   “앞날 별로 안 창창해 보이는 당신도 여기 골랐잖아.”

   “뒤는 사실이니까 넘어가겠는데 앞은 떼지?! 창창하지 않은 거 아니거든?!”

   “별로 국어 잘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당신이 먼저 이중 부정을 떼지? 창창하지 않은 게 아닌 건 뭐야? 줄여.”

   “다아아아아! 정말! 너! 너! 진짜!”

   분을 못 이겼는지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삿대질 하는 남자. 소고는 뭐라 큰 소리로 매도를 쏟아 붓는 남자를 꽤 냉정한 사고로 바라보았다.

   왔다. 여기에, 제대로. 옷부터 화장까지 어제와 같은 차림의 남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어제의 그였다. 얼굴도, 목소리도, 말투도, 표정도, 전부 그 사람. 겨우 어제 저녁에 헤어졌는데, 이렇게나 기쁘다.

   정말, 어떻게 됐나 보다. 오키타 소고.

   “뭐야, 왜 웃어?”

   웃는 게 거슬렸는지 아니면 매도의 연장인지 곧장 시비조로 말을 거는 그에게 소고는 굳이 무표정으로 되돌릴 노력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니, 내가 이겼잖아. 내기.”

   이번엔 말이 없다. 대신 뚱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곧 깊은 한숨과 함께 뒷목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고.

   “솔직히, 질 줄 몰랐는데……. 나참.”

   “이긴댔잖아, 내가.”

   “그러니까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그 자신감…….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근자감이냐? 응?”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에 소고는 짧게 소리 내 웃었다. 그야,

   “당신이 진심으로 날 안 보고 싶어 해도 나 원래 이런 운은 좋으니까 이길 자신 있는데,

   당신이 날 보고 싶어 하는 것까지 합치면 당연히 내가 이기지.”

   소고의 말에 잠시 눈만 깜빡이며 소년을 보던 남자는 곧 뭐라 말하기 힘든 표정을 한 손으로 감추더니 “정말 뭐니, 얘…….”라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냐고 묻는다면 당신을 보고 싶었던 오키타 소고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지만 그걸 묻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입을 다물었다.

   대신 손을 뻗어,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손의 소매를 잡아끌면 그것은 순순히 소고 쪽을 향해왔다. 하얀 손이다. 하지만 크고 거친 남자 손이다. 그것이 의외로 눈에 익은 콘도의 손과 비슷해서 소고는 눈을 가늘게 했다. 소매 대신 손을 잡는다. 체온은 자신보다 낮았다.

   “내가 이겼으니까, 도망갈 생각 말고 바른대로 불어.”

   “에, 뭐니 이거. 취조? 수갑 같은 거 꺼내는 거야?”

   말은 저렇게 하면서 손은 얌전히 소고의 손 안에 잡혀 있으니 이 사람도 이 사람대로 질이 나쁘다고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뭐, 어떤 사람인지는 지금부터 하나씩 물어보면 된다.

   일단 먼저, 이름을.

   입을 열고 숨을 들이쉬고, 성대가 떨리려는 순간 그것보다 먼저 공기를 흔드는 소리가 있었다. 날카롭게 귀를 때리는 그것은 소고에게는, 아니 신센구미에게는 꽤 익숙한 소리였다.

   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