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래서 오늘은 「菓」자를 썼습니다.
2008.12.29. 작성
세상은 상술에 찌들어있다. 어른들이 상술에 찌들었기 때문이다. 상술에 찌든 세상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는 상술에 찌들기 마련이고, 결국은 역시 상술에 찌든 어른이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아아, 정말 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세상이 얼마나 상술에 찌들었냐면……
"나리, 나 발렌타인 데이 땐 초코 케이크로 주세요."
남자를 상대로 천연덕스럽게 이런 소릴 내뱉는 꼬맹이(18세)가 나올 정도로 찌들었다.
菓 : 과자 과
①과자 ②과일, 실과
――그렇게 현실 도피를 꾀한 긴토키였지만 유감스럽게도 별로 효과는 없었다. 오늘이 벌써 2월 14일이고, 어제(정확히 말하면 12시가 지났으니 오늘) 새벽에 만들어둔 초콜릿 케이크는 깜찍한 상자에 담겨 냉장고에 보관 중이며, 긴토키가 오늘 안에 그것을 오키타에게 건네줘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30분 가까이 부엌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냉장고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긴토키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긴토키는 항의했다. 그야 물론이다. 오키타의 말이 끝나고 잠시 멍하니 있던 그였지만 이윽고 큰 소리로 "하아아아아?!"라고 외치며 테이블을 탕하고 친 것이다. 발렌타인 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며 호의를 표하는 날이지 절대 남자가 남자에게 주는 날이 아니므로 설사 내가 허구헛날 네 밑에서 힉힉거리면서 산다 해도 내가 꼭 너한테 줘야한다는 법은 없고, 애초에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 재료비와 시간(은 좀 남아돌지만)이 있으면 만들어서 내가 먹지 소중한 당분을 왜 너한테 줘야 하며, 좀 더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발렌타인 데이란 건 성 발렌티누스의……
"나는…… 나리가 주는 초콜릿, 먹고 싶은 것 뿐인데……."
당했다.
슬슬 이 패턴 질릴 때도 되지 않았냐? 나. 긴토키는 벽에다 가볍게 뒷통수를 찍었다. 그야~ 오키타 군은 미소년이고- 응,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아니, 어느 쪽이냐면 찬성하지만 말이야. 18살이라곤 해도 오타에랑 동갑으로 안 보일 정도로 동안이고…… 귀엽게 생겼고…… 신문에서 공공연히 '(사드)왕자님'이라고 쓸 정도니까, 응. 그러니까 굳이 묻는다면 오키타 군 얼굴, 좋아하ㄴ…… 아니, 절대 얼굴에 넘어간 건 아니지만! 긴 상 얼굴 밝힌다든가 그런 사람 아니니까!
긴 상은 오키타 군을 그…… 저어… 조…… 좋……… ――하니까! 에헴, 어쨌든. 뭐 그렇게 됐으니까, 그 오키타 군이 다…… 귀여워 보이고 그러는 거고…… 응. 그러니까, 그 뭐냐…… 그렇게…… 올려다본다든가, 하면 저어…….
"……."
빌어먹을 늑대 꼬맹이……. 그는 그대로 상체를 앞으로 눕혔다. 유연성 좋게도 별 아픔 없이 접혔다.
뭐니 걔? 걔 대체 뭐니? 응? 필요할 때만 귀여운 척, 불쌍한 척하고……! S면서! 악마면서! 마왕이면서! 머릿속 핑크색이면서! 늘 생각하지만 하늘은 불공평하다. 속이 그 모양이면 그에 어울리는 외관을…… 어떤 얼굴이냐. 아니, 속이 그 모양이니까 얼굴은 잘 만들어 놓은 건가? ……그럼 안 돼지. 악용하잖아. 나한테. 그 속이 시커먼 늑대란 걸 다 알면서도 양가죽이 너무 예뻐서 넘어가버리잖아, 내가. 다음엔 안 넘어간다고 계속 다짐해도 계속 넘어가버리잖아. 제엔장, 망할 미소년놈…….
"긴토키 님?"
"우와아아아아아!!"
핑하고 튀어오르는 긴토키. 폴더처럼 접고있었으면서 다음 순간엔 냉장고 바로 앞으로 워프했다. 과연 시로야샤. 사실 타인이 등뒤에 올 때까지 몰랐다는 점에서 보면 사무라이 실격이지만. 하지만 상대방은 긴토키의 그런 과민 반응에도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그를 봤다.
"어디 편찮은 곳이라도 있으신지요?"
"아? 아…… 타마, 구나……. 뭐야… 놀랬잖아……."
"실례했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기계 메이드. 긴토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키타가 대낮부터 쳐들어온 줄 알았다…….
"무슨 일이야? 집세? 집세라면 없다."
"아뇨, 오늘은 오토세 님의 심부름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용무로 왔습니다."
"개인적?"
끄덕이는 타마. 개인적이라…… 휴가를 받아도 어떻게 쓸 줄 모르던 아가씨가 개인적인 일로 해결사 사무소……. 긴토키는 머리를 긁었다. 하여튼 장족의 발전이다. 요즘은 타마의 부탁으로 휴가 때마다 같이 나가주지만, 이젠 거의 인간이다. 잘 웃고. 개발자 아저씨, 당신 성공했어.
"이것입니다."
품 안에서 상자를 꺼내 긴토키에게 건네왔다. 짙은 녹색의 심플한 포장지. 순간 상황 파악을 못한 긴토키였지만 타마의 표정을 흘끗 보고선 알아챘다. 그래, 아까까지 그가 계속 고민했던 그 이유……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다. 과연, 기계 메이드 아가씨가 긴장한 표정으로 선물을 건네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다.
"일단 묻겠는데, 나한테 주는 거지?"
"예."
"그러냐. 고맙다."
웃으면서 감사 인사. 그걸 본 타마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놓칠 긴토키가 아니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손에 들어온 상자를 뜯기 시작했다. 포장지가 뜯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그것은 시판 초콜릿이 아니었다.
"만든 거야?"
"예. 오토세 님이 지도해주셨습니다."
"할멈이 말이지……."
불안한데……. 애초에 할멈, 초콜릿 같은 거 만들 수 있나? 그런 의문을 품으며 하나를 들어 입 속에 넣는 긴토키. 일단 흠 잡을 데 없는 초콜릿이었다. 타마가 만들었다고 하니까 또 오일이라도 묻어있나 했지만 그것도 아니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본업은 메이드, 요리에 실수하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그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별로 안 다네."
"오토세 님께서 '그 바보한테 단 거 계속 주면 진짜 당뇨 돼'라고 하셨습니다."
부정할 수 없긴 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으십니까?"
"아? 아- 뭐…… 나야 더 단 게 좋지만, 잘 만들었어."
"그렇습니까. 앞으로는 참고하겠습니다."
또 줄 생각인가.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일?"
"예."
"그래. 수고해라~. 아, 이거 고마워."
"아뇨."
조금 뺨을 붉히며 수줍게 미소. 로봇은 피가 안 통할텐데 뺨은 왜 붉어지는 걸까……. 그런 생각을 절대 입 밖에는 내지 않으며, 긴토키는 타마의 인사를 받았다. 문 밖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뒷모습.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 가 멈췄다. 그리고 말소리. 응? 하고 긴토키는 초콜릿을 하나 더 먹으며 문 밖을 훔쳐봤다. 여기선 안 보이지만…… 신파치인가?
"실례하지."
긴토키의 의문은 금방 풀렸다. 타마와 계단에서 얘기한 사람은 그 계단을 올라와 해결사 사무소로 들어온 것이다. 현관으로 나간 긴토키는 "아라라"란 말로 손님을 맞았다. 그보다 한참이나 낮은 눈높이와 작은 체구의 소녀. 야규 큐베는 긴토키를 보고, 이어서 그가 들고 있는 상자를 보고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지금 나간 스낵 오토세의 종업원이 준 건가?"
"아아."
척 봐도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아니, 실망하고 있는 건가……. 거기에 그녀 역시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긴토키는 생각했다. 여기선 말을 잘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여자끼리 감정이 상하면 뒷일이 무서운 법이다.
"근데 별로 안 달아서 솔직히 미묘하달까-. 난 단 초콜릿이 좋은데 말이야-."
"그, 그러냐?"
갑자기 밝아지는 표정. 긴토키는 속으로 웃었다. 타에나 오키타랑 동갑이면서 혼자 이렇게 순수한 건, 역시 양갓집 도련님(아가씨가 아니다)으로 자라서 그런가…….
"크흠! 저, 저기…… 마침 초콜릿을 한 상자, 갖고 있다만…… 저어…… 먹겠, 나? 아니, 별로 내가 산 게 아니라 토죠가! 토죠가…… 사온 거……."
"받아도 돼?"
"……!"
귀까지 새빨갛게 돼서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큐베. 조심조심 앞으로 내민 것은 유명 초콜릿 상표가 찍힌 화려한 포장의 상자였다. 과연, 이쪽은 자기가 만들 재간이 없으니 되는대로 사온 모양이다. 역시 부르주아 야규가, 초콜릿 하나를 사도 가격의 자릿수가 다르다.
"고맙다."
"아니! 그…… 토죠가, 사온 거고…… 난 먹을 생각 없었고…… 마, 마침 갖고 있던 거니까 별로, 고마워할 것까진……."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었다. 아- 애인도 있는 입장에서 이런 소리 하면 안 되지만, 귀엽네…….
"그, 급한 일이 생각나서 그만 돌아가겠다! 그럼!!"
갑자기 홱 돌아서서는 현관 너머를 향해 대쉬, 그리고 난간 저편으로 점프. 긴토키가 뭐라 말릴 새도 없이 큐베의 뒷모습은 점이 되어 사라졌다. 과연 신속이라 칭송받는 야규의 차대 당주……라고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만.
샤이하시구만, 큐베 도련님. 긴토키는 웃었다. 포장을 잘 뜯고 상자를 열자, 기대했던대로 그 안에는 깊은 색의 해산물 모양 초콜릿들이 잔뜩. 남자는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조개 모양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역시 비싼 건 다르다니까.
기분이 굉장히 좋아진 긴토키가 초콜릿의 맛을 음미하는 것도 잠시. 두두두두, 하고 쿵쿵 울리는 발소리가 해결사 사무소를 덮쳤다. 이 익숙한 소리는 생각할 것도 없다.
"긴 쨩, 다녀왔다 해!"
평소처럼 사다하루 등에 탄 카구라가 맹렬한 기세로 귀가했다. 다 좋지만 그렇게 세게 열면 문 부서진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하는 소녀와 그런 소녀를 내려놓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개. 아이는 긴토키에게 얼른 달려와서 커다란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웬일로 다녀왔습니다 츄-도 생략. 어지간히 급한가보다.
"마미-한테 선물!"
"응? 선물?"
봉지를 받아든 긴토키는 그 내용물을 보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봉지 한 가득, 전부 초콜릿. 시판된 초콜릿부터 골판지로 박스를 만든 수제까지 형형색색, 가지각색. 긴토키는 그 중 수제로 보이는 것을 하나 꺼내 바닥을 보았다.
"……'히로 군에게'."
비뚤비뚤한 글씨로 그렇게 쓰여있었다. 긴토키가 읽기가 무섭게 초콜릿을 낚아채는 카구라.
"아직도 남아있었냐 해……."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닥의 종이를 뜯어버리는 것이었다. 소녀의 마음이 이렇게 하나 날아갔다.
"……카구라 쨩, 카구라 쨩. 이 초콜릿 다 어디서 났니?"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 받았다고 들떠있는 바보들한테서 뺏어왔다 해."
"……."
전략, 하늘에 계신 선생님. 딸이 저런 소릴 했을 때 전 어쩌면 좋을까요? 긴토키는 저먼 우주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수십초를 정지 상태로 있던 청년은 겨우 입을 열었다.
"……카구라 쨩, 이걸 오늘 초콜릿 하나도 받지 못한 가련한 녀석들에게 뿌리고 오도록."
"에에- 마미- 주려고 모아온 건데…."
"긴 상 받았으니까. 긴 상 꽤 받았으니까요. 카구라 쨩은 긴 상 대신 중생들을 구제하고 오도록. 되도록이면 뺏은 녀석들한테."
"우우-……."
"카-구-라-."
"……네-에."
툴툴거리면서도 다시 봉지를 집어드는 카구라였다. 사다하루를 다시 불러 등에 올라탄 아이는 귀가 때보단 조금 더 기운 없이 현관을 나섰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뺏어온 걸 그냥 받을 순 없다. 애 교육에 안 좋다구, 그건. 긴토키는 현관까지 나가 아이의 모습이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소파에는 방금까지만 해도 없었던 소년의 모습이.
"……오키타군, 하다못해 현관으로 들어오도록 하자. 경찰이 창문 같은 거 넘으면 쓰나."
"현관으로 들어오면 차이나랑 부딪치잖아요. 또 시끄러워지는 건 싫어요."
오- 조금은 발전했다.
"그래서, 뭘 얼마나 받았다구요?"
"아?"
"꽤 받았다면서요. 뭘, 얼마나 받았다구요?"
눈이 희번뜩거리고 있었다. 무섭다. 야수다. 맹수다.
"아- 저- 의리 초코, 한 두개……."
"헤에, 그거 참 고맙네요. 그래서, 누구한테?"
"오키타 군 있지, 긴 상이 그걸 말 할리가 없잖아? 명백히 '지금 당장 찾아가서 갈기갈기 찢어주마'라는 눈을 하고 있는 애한테 가르쳐줄 리 없잖아?"
"실례네요, 나리도 참. 아무리 나라도 그러진 않아요."
헤에-.
"갈기갈기 찢으면 후회할 시간이 없잖아요. 자기가 왜 태어났는지 다시 생각할 정도로 괴롭혀서 두 번 다신……."
"스톱, 스토옵-! 응, 알았어. 알았으니까. 오키타 군 지금 뇌에 칼슘이라든가 당분이라든가 그런 게 부족한 거라구. 아하하, 자 초코 먹자 초코-. 긴 상이 만든 초코-."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웃으며 긴토키는 오키타를 달랬다. 얘 무섭다. 음이 안 맞는 콧노래를 부르며 냉장고로 거의 뛰어가는 긴토키. 그는 쟁반에 케이크와 초코 우유를 갖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초코 케이크에 초코 우유……."
"발렌타인 데이니까."
어떤 의미로 그건 맞지만…….
"자, 자 빨리 먹어 치워버려. 카구라 오면 또 시끄러워지니까."
안 그래도 오늘 모처럼의 (강탈해온)선물을 거절했는데, 거기다 오키타한테만 초콜릿 케이크를 준 걸 알면 사단 난다. 그 정도는 오키타도 이해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긴토키의 우선 순위가 카구라 쪽이 더 높은 것 같아 조금 입을 내밀었다. 일단 '그' 사카타 긴토키가 초코 케이크에 초코 우유까지, 당분을 이렇게 많이 나눠주는 시점에서 사랑은 증명된 것이나 다름 없지만서도.
포크는 두 개. 하지만 긴토키가 집지 않는 걸 보니 오키타가 먹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인가보다. 오키타는 그런 연인을 빤히 보다가 조금 기분이 좋아져서 상자를 열었다.
"오-."
작게 감탄. 평소에 '못하는 거 빼곤 다 잘한다'라고 공언하는 사람다운 퀄리티였다. 그러고보면 이 사람 1화부터 본격적인 쿡킹(생크림 케이크)을 선보였었지. 케이크 중앙에 놓여있는 하트 모양 초콜릿에는 하얀 글씨로 "S". 오키타는 웃었다. 사드의 S인지 소고의 S인지까지는 물을 필요 없겠지.
"잘 먹을게요."
"응-."
기분 좋게 대답하는 긴토키. 오키타는 포크로 케이크를 찍어 한 입 먹었다.
……어라?
"생각보다 안 다네요…?"
"오키타 군 단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데이트 하러 가도 난 파르페 먹고 있는데 자긴 커피나 음료수 먹고 있으면서."
"뭐… 그야……."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설마 긴토키가 그걸 아는데다가 배려까지 해줄 줄이야. 자기가 만든 케이크를 먹기 시작한 긴토키를 보다가 오키타는 한 마디 툭 뱉었다.
"케이크를 봐서 초코 건은 넘어가 줄게요."
"아니, 그러니까 의리 초코래도…."
"뭘 시치미 떼는 거에요? 누가 줬을지도 대충 감은 잡힌다구요. 의리는 무슨, 흑심 밖에 없는 시커먼 초코를…."
네가 흑심 운운할 처치냐…? 긴토키는 포크를 입에 물고 생각했다. 작년, 그러니까 아직 사귀기 전에 오키타가 거의 매일 같이 사무소를 들락거리며 긴토키에게 간식 준 걸 생각하면 저 정돈 우습다.
"애초에 이쪽은 말이죠, 당신 생각해서 초코 다 거절했다구요."
하트 초콜릿을 아작 소리 나게 깨물며 말하는 소년. 긴토키는 포크로 케이크를 자르며 "헤에-"하고 시큰둥한 반응.
"오키타 군, 아까운 짓 하고 다니네. 당분을 거절하다니, 천벌 받는다."
"당분이라고 그 흑심까지 다 받아챙기다니, 나리 나한테 벌 좀 받을래요?"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평소에도 고문인데 얘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뭐 됐어요, 초코 받았으니까. 자요."
"……?"
긴토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코앞까지 온 오키타의 포크. 물론 케이크가 얹혀져 있다.
"저기, 오키타 군……?"
"아-."
아니, '아-'가 아니라…….
"안 하면 이 케이크 오늘 밤 아랫입으로 먹게ㅎ……."
"아―――."
긴토키는 얼른 케이크를 물었다. 정말 그냥 내버려두면 한없이 폭주한다니까, 이 꼬맹이. 어려서 그런가? 오물오물 케이크를 씹던 긴토키는 문득 눈을 들었다가 후회했다. 오키타가 입을 벌리고 대기 중이다.
아앗, 진짜 이 사람 쪽팔리게 만드는 S 꼬맹이……! 먹는 거야 입만 벌리면 된다 쳐도, 먹여달라니 너 정말……!!
"아…… 우우……."
"나- 아- 리-."
"……알았어, 가만히 좀 있어!"
포크로 케이크를 찍고, 후- 하고 심호흡. 오키타 얼굴과 포크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는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손을 움직였다. 오키타 입 속으로 사라지는 포크. 얼른 손을 빼려고 한 긴토키였지만, 포크가 빠지지 않았다.
우와, 얘 이로 잡고 있어!
"야, 너…!!"
그대로 반짝 눈을 뜨는 오키타. 그리고 한 번 씩 웃고는 포크를 해방했다.
오물오물, 꿀꺽.
"잘 먹었어요."
"……."
"나리, 목까지 새빨간데요."
"냅둬, 멍청아!"
그런 긴토키에 오키타는 크게 웃으며 소파에 등을 댔다. 매우 유쾌해 보인다. 긴토키는 분한 듯, 그런 소년을 보다가 괜히 포크를 그 쪽으로 집어던졌다. 물론 오키타가 그런 걸 맞을리도 없으므로 쓸데없이 멋있게 잡아냈지만.
"너…… 화이트 데이 때 각오해……."
"걱정 말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코스로 책임질테니까. 아, 그리고 밤엔 러브호텔……."
"필요 없어!!"
카구라가 돌아오기까지 앞으로 수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