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선택 샘플(전체공개)
2.
카가미는 원래대로 하면 된다고 했지만, 쿠로코는 그 ‘원래대로’가 대체 어떤 거였는지 이젠 기억이 나지 않았다. 최소한 카가미가 말하는 ‘원래대로’의 쿠로코는 이렇지 않았다.
“후리, 그거 뭐야?”
“응? 집 앞 빵집 신메뉴. 카가미도 먹을래?”
“응. 한 입만.”
“자.”
후리하타가 봉지에 싼 빵을 카가미 쪽으로 내밀자 카가미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그걸 반이나 덥석 베어 물었다. 비명을 지르는 후리하타. 옆에서 낄낄거리는 카와하라. “카가미가 직접 한 입 먹게 하니까 그러지.”라며 웃는 후쿠다. 카가미는 열심히 우물거리더니 “맛있네.”라면서 자기 책상의 빵 더미 중에 하나를 후리하타에게 툭 넘겼다.
이런 걸 보고 속이 다 뒤집히는 것 같은 기분을, ‘원래대로’의 쿠로코는 절대로 느끼지 않았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카가미는 예정대로 도로 학교에 나오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미소로 카가미의 복귀를 환영한 리코는 예고했던 대로 그에게 지옥 같은 메뉴를 선사했고, 보는 사람들 낯빛이 다 파래지는 가운데 카가미는 기뻐하며 그 메뉴를 소화했다. 진지하게 “저 녀석, 변태 아냐……?”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휴우가의 말에 반론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 외에도 카가미는 그대로였다. 여전히 동아리 활동 중에는 농구바보였고, 수업 시간에는 잠만 자고, 쉬는 시간에 친한 같은 반 애들과 장난을 치고. 무엇 하나 이상한 점 없이, 원래대로였다.
오직 쿠로코만이 그런 카가미에게 초조함을 느끼며 속을 태워야했다.
농구는 괜찮았다. 그러나 그 외의 장면에서 카가미가 다른 남학생과 필요 이상으로 밀착하면 그 자리에서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떼어놓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이다. 만약 뭐가 잘못돼서 그때의 그 향기를 다른 사람이 맡게 되면. 그래서 욕정한 수컷이 카가미를 탐하겠다고 하면. 그래서, 그래서, 정말 일어나선 절대로 안 되는 일이 일어나서, 카가미가 그에게 몸이라도 내어주면, 누군가 다른 남자의 아이라도 배면.
거기까지 생각하고 매번 쿠로코는, 이번엔 책상을 박차는 게 아니라 책상에 머리를 찧어 죽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게 같은 반 친구이자 코트 위의 둘도 없는 파트너에게 할 생각인가. 절대 아니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아마 그 날의 일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라고, 쿠로코는 생각했다. 16년 인생에서 이제껏 그렇게 강렬하게 ‘성욕’이라는 걸 인식한 적은 없었다. 쿠로코라고 사내애들 사이에서 도는 그렇고 그런 영상을 본 적 없는 게 아니고, 평범한 또래만큼은 자위행위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흥분은 이제껏, 단 한 번도. 그러니까 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한 것이다. 누가 혹시라도, 그때의 자신과 같은 욕정을 카가미에게 품을까봐.